[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가정이나 사무실에 필수품이 돼버린 정수기.

대개 렌탈 서비스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 집이 많은데, 깨끗한 물이라고 믿고 마시는 이 정수기가 자칫 세균과 바퀴벌레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는 잇따라 정수기 안의 이물질과 벌레가 담긴 인증샷들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YTN은 가정에서 사용한지 1년 된 대여 정수기의 내부를 뜯어 보여주며 불결한 위생상태에 대해 보도했다. 정수기 업체에서 4개월마다 관리자가 방문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지만 바퀴벌레 등 이물질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정수기 회사는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관리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절대 작은 이물질도 들어갈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며 기기의 결함이나 관리의 문제라기보다 정수기 주변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채널A ‘먹거리X파일’ 보도에서도 음식점 30곳 중 19곳의 정수기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장균군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의 일이긴 하지만 어느 가정, 사무실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습하고 좁은 틈, 바퀴벌레 최적의 서식지=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정수기는 바퀴벌레의 좋은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위생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바퀴벌레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고 좁은 틈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안의 모든 가전 도구나 설치물들이 바퀴벌레의 주요 서식처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주방 쪽에서 물과 먹이 등을 잘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퀴벌레의 주요 서식 밀도가 높은 곳이 주방이다. 그래서 정수기 안에 복잡한 구조와 틈새 그리고 부속품 사이에 발생하는 열. 이런 것들이 바퀴벌레의 좋은 서식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 교수는 최근 바퀴벌레가 발견된 정수기에 대 “(위생적으로) 관리를 하더라도 관리하는 과정 중에 이음 부분을 잘못 연결했다거나 아니면 작은 틈이 생겼다든가 그랬을 때 세균이 발생할 수 있다” 면서 “정수기 청소는 필터 교환과 정수통 청소가 가장 필수적인데 그게 부품 주변까지 청소하지 않은 것인지 문제다. 그래서 청소를 자주 한다고 해도 항상 바퀴벌레 침입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바퀴벌레가 정수기 내부 부품 사이에 살고 있어서 항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퀴벌레가 정수기 내부에 들어와 살지 못 하게 하는 해결책들을 써야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퀴벌레 원천봉쇄하려면 ‘틈을 막아라’= 바퀴벌레의 서식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양 교수는 정수기 통 안의 틈을 막으라고 말한다. 그는 더욱 확실히 하려면 “전문가가 와서 청소한 필터를 교환하고 조립하는 과정 중 부품의 틈과 틈 사이에 치약처럼 짜서 쓰는 바퀴벌레 독먹이가 있다”면서 “바퀴벌레가 그 독먹이를 먹으면 죽게 된다. 그런 것들을 좁은 틈에 콩알만큼씩 짜서 미리 발라 놓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시는 물 주변에 바퀴벌레 약을 쳐야하는 게 찝찝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다.

오랫동안 정수기의 오염을 망각하고 방치한다면,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이 번식할 수 있다. 그런 물을 마시게 되면 배탈과 장염을 유발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어린이나 노약자들의 면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시는 물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편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정수기 문제 800여 건 중 벌레와 이물질 등이 나온 경우만 5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