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기분 전환을 위해 전주말 남한산성을 찾은 윤모(34) 씨는 산책로 입구에서 황당한 현수막을 발견했다. 현수막에는 “노점 근절을 위해 탐방로와 소나무쉼터를 일시적으로 폐쇄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근에서 막걸리를 팔던 노점상을 단속하기 위해 남한산성 도립공원 측이 내린 강경한 조치였다. 윤씨는 “시간이 나면 가끔 들러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람을 쐬던 곳인데 갑자기 폐쇄됐다니 황당하다”며 “노점을 단속하기 위해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이 노점상을 단속하기 위해 일부 산책로를 폐쇄해 이용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원 측은 “불법노점을 근절하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라고 말하지만, 이용객들은 “노점상 단속을 위해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근시안적 태도”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조선시대 임시 수도로 축조된 초대형 성곽도시인 남한산성은 지난 해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술이나 음식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인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물론 현재 남한산성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의 태도와 노점상의 영업 방식 등을 보면 산성을 관리하는 도립공원의 조치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 4일 기자가 방문한 남한산성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원 곳곳에서 음주나 취사를 하는 행락객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흡연이 금지된 수어장대 인근에서 흡연을 하는 등산객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공원 전체를 대대적으로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노점상 단속 역시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용객 중에는 “등산로에서 막걸이나 술을 파는 노점상이 있는 건 흔한 일”이라며 이런 단속에 반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공원 측이 노점 단속을 위해 산책로를 폐쇄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이용객들의 불만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노점상들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순천 낙안읍성 역시 2020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점상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시에서 추진하는 토요장터 등에 노점상을 참여하도록 해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이에 노점상들이 자진 철거했다.
최오수 민주노점상연합 대외협력국장은 “문화유산이 등재되기 전에도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는 노점상은 존재했는데, 노점상을 쫓아내기 위해서 문화유산을 흉물스럽게 만드는 관리사무소의 행태가 안타깝다”며 “단속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대안을 갖고 방법을 모색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