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9일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사후수습과 관련 당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 ‘함구령’을 내렸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또 한번 절제하는 태도를 구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묵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이 더욱 단단하게 하나로 결속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 펴는 데 매진하겠다”며 “당정청이 더욱 잘 소통하고 협력해서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경질’로 물러남에 따라 김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청와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유 전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내며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김 대표의 행보도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당장 당청ㆍ계파 갈등은 잠복기에 접어들겠만 일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의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친박계 일색인 최고위원회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를 이루던 유 전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빠지면서 김 대표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로서는 단절된 당청관계를 복원하고 당내 계파갈등을 봉합하는 등 ‘유승민 정국’이 남긴 깊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지가 관건이다.

김 대표의 측근들은 김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로 긴밀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지난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회식은 불편한 당청 관계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개회식에 나란히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는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일단 최대한 신중하게 ‘로우키’ 전략을 구사하며 당청 관계를 복원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주장하기 보다 청와대와 최대한 코드를 맞춰가며 분란을 없애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로 나뉜 당내 내홍을 수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유승민 흔들기’에 앞장 서 왔고 사퇴 과정에서 여론전을 펼치며 계파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제 관심은 우선 차기 원내대표직에 쏠린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자 후보를 내고 경선 과정을 거칠 경우 수적 우위를 점하는 비박계의 승리가 점쳐진다. 하지만 표 대결을 벌일 경우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이에 당내에선 합의 추대론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인선도 ‘뇌관’이 될 수 있다. 당초 ‘김무성 1기’ 인선은 친박계로부터 김 대표 측근들로 채워진 ‘친박 밀어내기’란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실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부실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를 두고 김 대표와 충돌하는 등 잡음을 빚기도 했다. 김 대표가 당 내홍 수습 차원에서 어떤 인선 카드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