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최근 ‘CEO 특강’에서 “지금은 생존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으로, 시간이 지연되면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부실로 고강도 경영쇄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기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애기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선 ‘외환은행이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나마 외환은행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던 출자전환 주식 매각도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애기다. 게다가 부실여신 규모도 상대적으로 많아 언제든 적자전환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치열한 샅바 싸움이 길어질 수록 외환은행의 ‘위험시계’도 빨라진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등급 여신만 1조원 규모…‘적자전환’ 빨간불=김 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외환은행의 영업이익을 7800억원으로 예상하면서 평균 충당금 4800억원을 제외하면 부실여신 흡수여력이 3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올해 당장 적자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이 지난달 신용위험 전수점검 한 결과, D등급 분류 여신은 131개 업체로 약 1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D등급 분류 여신 중 30% 정도만 부실화되면 당장 적자가 예상된다는 애기다.
실제 외환은행의 대손비용율(credit cost)은 60bp 수준으로 하나은행(25bp)은 물론 국민은행(26bp), 신한은행(46bp) 등 타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에도 외환은행은 성동조선, SPP조선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충당금이 발행해 충당금 부담이 경상적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타은행에 비해 대기업 익스포저 비중이 많아 상대적으로 대손비용율이 높다”며 “D등급 분류 여신이 약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팔 것도 없다”…위기에 직면한 외환은행?=게다가 외환은행의 경우 더 이상 팔 것도 없다. 영업을 통한 수익은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부실여신은 쌓이는 상황에서 이를 메꿔 줄 보유매물 매각도 바닥난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 금융권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해 SK하이닉스 1046억9000만원, 금호타이어 37억원 등 1093억원의 출자전환 주식 매각으로 1093억원의 매매손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 3651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외환은행은 앞서 2012년엔 하이닉스반도체 1756억원 등 1866억원을, 2013년에도 금호타이어 21억원 등 69억원의 매매손익을 거둔 바 있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SK하이닉스 894억원 등 출자전환 주식 매각을 통해 912억원의 매매손익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론스타 매각과 하나금융으로의 인수 과정에서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외환은행은 그간 하이닉스반도체 같은 보유채권의 출자전환 매각을 통해 짭짤한 이익을 얻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팔 것도 없어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행장이 조기통합이 무산돼 2017년 2월 이후 자동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최악의 수로 꼽으면서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은 단순히 경고성 빈말이 아니다”며 “이번 조기통합 기회를 놓치면 외환은행은 뼈를 깎는 고통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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