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박성경(39ㆍ여ㆍ가명)씨는 올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에게 난생 처음 사교육을 시켰다. 과목은 국어, 논술, 영어, 수학. 이외 태권도, 미술 학원도 보냈다. 5월부터 이달까지 강행군은 계속됐다.
박씨는 “아이가 힘들어 해 스케줄을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라면서도 “사교육을 그만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한 인터넷 주부 카페에 4년제 미대를 졸업했다는 한 회원이 미술 과외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엄마들의 문의 댓글 50여개가 달렸다.
한 주부는 6학년 자녀에 대해 “아직도 ‘졸라맨’ 수준을 못 벗어난 심각한 아이”라고 말하면서 과외 비용 등을 문의했다.
중ㆍ고생 뿐 아니라 초등생도 방과 후 빡빡한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조기 사교육의 이유로 ‘특기, 적성 개발’이라는 그럴 듯한 이유를 1순위로 꼽았지만 실제로 영어 등 학과 공부에 대한 사교육이 대부분이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이 경향은 심해져 초등생의 방과 후 생활은 중ㆍ고생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트렌드모니터가 초등생 자녀를 둔 기혼 여성 95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94.6%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과목은 영어였다. 저학년(1∼3학년)의 58%, 고학년(4∼6학년)의 68.9%가 학교 수업과 별개의 영어 수업을 외부에서 듣고 있다고 했다(중복응답).
사교육 이유에 대해 저학년 부모의 63.3%, 고학년 부모의 54.2%가 ‘특기, 적성 개발’이라고 답했지만, 고학년의 경우 ‘현행 학습내용 숙지(51.4%)’와 ‘교과 선행학습(41.9%)’ 등 학업 성적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 비중이 높았다.
초등생의 월 평균 사교육 비용은 저학년이 평균 37.6만원, 고학년이 평균 40.7만원이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 비용도 높았다. 저학년의 경우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인 가정은 월 평균 23만원이었으나 월 소득 700만원 이상은 77.1만원에 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도 우리나라 사교육 실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교육 때문에 시달리는 자녀가 안쓰럽다’고 인식하는 부모가 77.2%였다.
반면에 ‘내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66.8%)’, ‘사교육을 받은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긴 잘 하는 것 같다(67.7%)’는 인식도 함께 갖고 있었다(중복응답).
부모들도 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이 들고, 이 탓에 여러 갈등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교육을 시키면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문제는 경제적 문제(53.5%)였고, 그 다음 자녀와의 감정싸움(37.4%), 배우자와의 의견 충돌(24.1%) 등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에게 영어, 수학은 물론 음악 학원도 보내고 있다는 박모(44ㆍ여ㆍ노원구)씨는 “초등생 부모 대부분 ‘이건 아닌 것 같다’ 싶다가도 다들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사교육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일평균 초등생(5시간23분)의 공부 시간이 대학생(4시간10분)보다 더 긴 기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학원, 과외 같은 ‘학교 외 학습시간’만 보아도 평일 중학생(2시간40분)이 가장 길었고, 초등생(2시간14분)이 바로 다음이었다. 뒤이어 고등학생(1시간52분), 대학생(1시간49분) 순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