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29일 발표한 외환제도 개혁방향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대외거래가 급증함에 따라 자본거래의 사전신고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금융업의 칸막이를 없애는 등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 외국환거래법 시행 이후 외환자유화 조치와 3단계 외환시장 발전방안 등에 따라 외환분야의 제도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으나 지금까지는 원칙적인 사전 신고ㆍ확인 원칙을 유지한 채 규제를 개선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정부의 개혁방향은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외환거래의 기본원칙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변화된 상황에 맞춰 외환거래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술해 실질적 자유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외환개혁 조치는 약 29만명의 해외유학생이나 231만명의 재외국민, 76만면의 외국인 근로자 등 개인은 물론 수출입업자 등 해외송금과 수취를 빈번히 하는 외국환 거래자들에게 시간과 비용을 대폭적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에게는 연간 5만달러 이상의 지급과 하루 2만달러 이상의 수령에 요구되는 증빙서류 제출이 원칙적으로 폐지돼 자유로운 외환거래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외환거래 규정을 ‘잘 몰라서’ 발생했던 위반행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에도 사전 신고의무가 원칙적으로 폐지됨에 따라 사전신고에 따른 거래지연이나 제한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건별 사전신고 원칙이 적용됐던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전신고가 폐지돼 적기투자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외환거래 규제도 전면적으로 바뀌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경우 외국환 거래법에서 열거된 경우에 한해 외환업무가 허용되던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한이 필요한 부분만 별도로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로써 다양한 상품의 개발과 신속한 투자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과 외환이체업이 새로 도입돼 외화거래 경로가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PG는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지급ㆍ결제를 대행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금융업으로, 이들이 국경간 거래의 지급ㆍ결제를 대행할 수 있도록 다음달부터 외국환 업무가 허용된다. PG가 최근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의 지급결제를 대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환이체업은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아닌 전문기업이 국경간 지급ㆍ수령 업무를 하는 경우로 선진국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다. 미국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의 경우 이미 글로벌 송금기관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일본, 싱가포르 등도 활성화돼 있다.

다만 거래내역 확인 등 내부 통제장치가 미비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거래 한도가 제한되고 불법거래나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가 마련된다. 기재부는 외환이체업의 거래한도를 건당 2000달러, 연간 5만달러 이하로 제한하고, 자금이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거래 당사자 실명확인, 외환전산망 보고 등의 보완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요건은 향후 관계기관 논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정부는 이번 외환제도 개혁으로 다양한 형태의 신규 외환업무와 상품 개발이 가능해져 금융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 등 신기술과 접목한 외환업무 개방으로 신규 비즈니스 창출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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