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이혜원 인턴기자]부호의 삶은 자산을 쌓은 전반전과 그 돈으로 다른 산업을 키우는 후반전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세계 최고 억만장자는 어떻게 ‘인생 제 2막’을 살고 있을까. 자산 794억달러(포브스 기준)로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그가 일으킨 IT산업처럼 세상을 바꿀 ‘제 2의 미래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바로 에너지 분야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를 두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털펀드사인 코슬라벤처스와 클라이너퍼킨스를 통해 45개 에너지 개발기업에 직ㆍ간접적으로 10억달러를 투자해온 그는, 앞으로 5년간 규모를 20억달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은 게이츠의 ‘지속 가능한 인류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08년 은퇴 이후 그는 아내와 함께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세워 자선사업을 벌여왔다. 그의 투자처는 의료, 식량 등 인류 영속과 관련된 연구 분야다. 재생에너지 개발 투자는 그 중 하나다. 2010년 테드(TED) 강연에서 그는 “기후 변화는 곧 식물의 멸종”이라며 “화석연료 에너지가 지속되면 인류는 식량고갈로 결국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행보는 일반적인 재생에너지 투자처인 친환경발전소 설립의 차원을 뛰어 넘는다.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개발이 주 대상이다. F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UN과 정부, 환경단체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변화하려는 시도는 매우 좋으나, 현재기술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며 대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단일투자로 가장 많은 지원을 한 테라파워(TerraPower)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 기대되는 곳이다. 테라파워의 ‘감손 우라늄 재활용 기술’은 재사용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의 핵기술이 갖고 있는 안전, 오염, 비용 문제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환경보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재생에너지는 미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큰 투자처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재생에너지 산업은 70년대 말 IT환경과 유사하다”며 20세기 IT가 세상을 바꿨듯 에너지가 미래를 흔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 때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투자한 이들이 수십년 후 큰 수익을 낸 것처럼 에너지 개발 회사도 미래에 큰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5년 후 화석 연료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다. IT 기술로 세계 1위 부호에 오른 빌 게이츠. 그가 에너지투자로 21세기를 또다시 바꿀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