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전염병이란 커뮤니케이션과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전염병의 전파가 소통 체계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몸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이란 그 몸을 생기 있게 만드는 면역력 같은 것이다. 소통이 잘 되는 몸은 그래서 외부의 바이러스에도 잘 견뎌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몸은 작은 바이러스에도 과민 반응을 일으키고 국소의 피해에 머물 문제를 몸 전체에 퍼트리기도 한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걸 보며 많은 이들이 소통 체계와 사회의 면역력을 얘기했던 건 그래서다. 소통은 그저 대화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사회를 살려낼 수도 있고 때로는 죽일 수도 있는 어떤 것이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에게 그걸 얘기해주었다.

소통이 그만큼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건 최근 대중문화의 양상들이다. 이 시대에 대중들이 문화에 요구하는 건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콘텐츠다. 과거에는 재미있으면 정보적인 것들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제 아무리 재미있어도 콘텐츠가 없다면 외면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소통이다. 콘텐츠가 아무리 정보적으로 뛰어나다고 해도 대중들과 잘 소통되지 않는다면 그건 무용지물이거나 나아가 해악이 될 수도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란 예능 프로그램은 이 대중문화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명의 출연자가 각각의 방에서 개인방송을 하며 누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가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개인기보다 정보가 더 중요하고, 그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게 소통이라는 점이다. 쿡방을 보여주는 백종원 셰프가 늘 전체 시청자의 60% 정도의 지분을 가져가는 가공할 매력을 보여주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소통의 신’으로 불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자기만의 콘텐츠(요리 노하우)를 설명해주면서도 늘 함께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읽고 거기에 일일이 답을 해주는 수고를 마다않는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나 <아빠를 부탁해> 같은 관찰카메라 형식을 가져온 프로그램들도 결국 내세우는 건 콘텐츠와 소통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가족 간의 관계를 콘텐츠로 가져와 그들 사이에 단절된 소통체계를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으로 이어준다. 프로그램은 웃음이 빵빵 터지는 오락적인 기능은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콘텐츠와 소통. 최소한 이 양자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은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 세계는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이 작은 세계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 대중들이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 바라는 건 굉장히 큰 것이 아니다. 굉장한 행복이나 즐거움, 재미. 그런 건 없어도 좋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고 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알 수 있는 사회의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고, 그것을 국가가 대중들과 잘 소통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라면 충분히 대중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이다. 저 일개 TV 프로그램 안에서도 추구되고 꿈틀대는 그 소망들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줄 수는 없는 일일까.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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