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줄고 요구불예금 갈수록 증가세 MMF도 ↑…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우려

‘돈은 움직이는 거야’ 1%대 초저금리시대. 돈이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금리라면, 혹은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정기예금 따위(?)에 몸을 묶어 두지 않겠다고 한다.

적당한 투자처가 나오면 지체 없이 곧바로 돈을 인출하려는 ‘단기 유동화’의 유혹이 심화되고 있는 것. 최근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증가하면서 단기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단기 금융시장 쏠림, 현금화 준비=한국은행의 잇딴 금리 인하 영향으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단기성 시장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한국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정기예금 잔액은 566조149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말과 비교하면 11조8700억원 가량이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보통예금과 저축예금인 요구불성예금은 22조64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개인 고객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도 지난 5월 요구불성예금이 81조원 규모로 지난해 말의 76조원에 비해 5조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은 103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조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단기 자금 집합소로 불리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MMF 잔액은 2월 100조원을 돌파한 후 지난 12일 112조원까지 늘었다. 또 다른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50조589억5800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7240억5300만원 늘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지난 11일에는 48조448억4300만원에서 2조141억1500만원이 증가하면서 뭉칫돈이 몰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언제든지 자금 운용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유동성 자금은 이자율 0.1%에도 민감하게 움직인다. 최근 금리쇼핑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로 자금을 갖고 있다가 시장 흐름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커지면서 수익률 민감도가 더 높아졌다”며 “저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면서 시중자금이 투자형 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 부동화 심화, 금융시장 변동성 높여=자금이 단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우영 연구원은 “단기 부동화가 심화되면 자금 이동이 쉬워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가 주식매수 대기자금이나 요구불 예금 등으로 유입된 단기 유동성 자금이 일시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작은 이벤트 하나가 생기더라도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이 실물 경기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늘었지만 단기 부동화 경향이 심해진 것은 자금이 투자 등 실물경제의 수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가 좋아져야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결국은 실물경기 회복이 관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자금이 장기 투자로 유도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저축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공제나 세금감면 등 장기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절세형 금융상품으로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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