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의 극우 소설을 표절해 논란이 되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 씨가 ‘아몰랑’ 식 해명으로 그동안 그의 작품을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충격을 주고 있다.
신경숙 씨는 22일 경기도 모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이어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 작가는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올린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에서 신 씨의 표절의혹을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신 씨는 이튿날인 17일 전설을 출판한 창비를 통해 해당작품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후 잠적했었다.
신 씨가 이날 해명이라고 내놓은 발언은 일견 표절 지적을 시인하는 듯하지만, 뜯어보면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라는 부분이 우선 기만적이다. 비전문가가 단 한 차례만 대조해보더라도 거의 똑같은 문장이라는 게 다수의 지적이다.
또한 ‘표절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궁색한 말돌리기를 하고 있다. 즉 본인은 문제제기만 인정할 뿐 표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스탠스가 여전하다.
신 씨의 이 같은 해명이 분노한 독자와 선량한 문학계 인사들의 분노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종편 JTBC는 이응준 작가가 제시한 예시 외에도 신 씨의 소설 ‘전설’이 미시마의 소설 ‘우국’을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 5곳 더 있다고 보도했다. 재미있는 점은 원문보다 한글로 된 번역본이 더 비슷하다. 이로써 신 씨가 다량의 독서를 통해 무의식 중에 머릿속에 입력했던 문장과 내용구성을 우연히 거의 유사하게 꺼내 썼을 확률은 더욱 희박해졌다.
신 씨가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한 점도 작가로서는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가의 보도 ‘기억이 안 난다’를 꺼내든 것도 그렇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소설 우국에 얼마나 심취했으면 내 작품인지 남의 작품인지 분간도 못하고 그대로 옮기느냐는 비난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당 소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분간 자숙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자와 문학계 일부에서 일고 있는 절필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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