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입법회(국회)가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법안을 부결시키면서 홍콩 정치권이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입법회가 부결시킨 법안은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의결을 거쳐 지난 4월 확정됐다. 2017년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변경하되, 후보는 중국이 구성한 후보추천위원회(1200명)에서 뽑는다는 내용이다. 홍콩 주민에게 중앙정부가 추천하는 후보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셈이다.
그런데 입법회내 범민주파 의원 27명 전원은 18일 이 법안을 ‘가짜 민주주의’로 치부하며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시위인 ‘우산혁명’ 지지자들은 완전한 직접 선거를 요구해 왔다. 이에대한 중국 정부의 절충안이 이번 선거법안이다. 그런데 입법회에서 거부됨으로써 행정수반 선출방식은 현행 간선제가 유지되게 됐다. 현재로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인들 마음대로 행정장관을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우산혁명’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홍콩이 중국 정부의 절충안을 ‘거부’만 했을 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홍콩 사회는 이번 선거안을 받아들여야했다는 중도파와 반대하는 게 맞다는 강경파로 양분까지 돼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선거안 부결은 “모두가 패자”라며 “소득 없이 끝낸 범민주파 의원들이 가장 큰 패배자”라고 지적했다.
반면 지난해 우선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은 “선거안 부결을 축하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싸울 때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안 찬반론자간에 대치상태가 지속될 수록 자신들의 정체성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생각하는 18~29세의 민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한 중국 관료는 SCMP에 “홍콩의 민주발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이 경제와 사회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일으켜선 안된다”며 “홍콩이 최근 10년간 정치 개혁 논쟁을 벌이는 동안 경제발전의 많은 기회들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홍콩대 피터쳉 정치행정학 교수는 “어찌됐건 선거안 찬반론자 양측 모두 중국 중앙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정치 개혁구조 아래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경제상황도 변수다. 지난해 우산혁명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청년세대의 일자리 부족, 천정부지 주택가격 등 민생문제가 꼽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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