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클린턴과 부시가 ‘패션 정치’로도 대결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63) 전 플로리다 주지가 공식석상에서 입은 패션까지 화제다. 이들의 옷이 말 못지 않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부시 전 주지사는 ‘노타이-노자켓’ 차림이었다. 엷은 하늘색 와이셔츠 뿐이었다. 그는 셔츠의 첫단추를 푼 채 “워싱턴을 바꿔놓겠다”고 일성했다. 권위를 내려놓은 듯 캐주얼한 이 차림은 정치 엘리트 가문 출신인 그를 여느 중산층과 다름없어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렸다. ‘어두운 색 정장’ 일색이던 다른 공화당 경선후보들과 확연히 달랐고, 전직 대통령을 지낸 형, 부친과도 차별화하는 효과를 냈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라고 웅변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87년에 대선 출마 자리에서 흰색 셔츠에 어두운 색 타이,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형인 조지W 부시 전 대통령도 1999년에 흰색 셔츠에 푸른색 문양의 타이, 회색 정장을 입어 아버지 스타일을 복사했다.
‘어두운색 정장’은 공화당 경선후보들의 ‘패션코드’나 다름없다. 40대 젊은 후보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지사 조차 감색 정장에 하늘색 타이를 맸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도 똑같았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지사는 회색 정장-회색 타이, 릭 샌트롬 전 펜실베니아 주지사는 감색 정장-붉은 색 타이를 골랐다.
NYT는 “부시 전 주지사의 평소 사진에선 정장 차림이 최소 절반 이상”이라면서 “그가 자켓과 타이를 버림으로써 독립성과 현대성을 강조하고,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차림을 의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 중인 클린턴 전 장관은 ‘패션테러리스트’급으로 치부되고 있다. 스타일이랄 게 없이 단조로운 색상의 바지 정장 일색이기 때문.
지난 13일 뉴욕시 루즈벨트아일랜드에서 열린 옥외 집회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날 상의와 하의 뿐 아니라 셔츠까지 온통 파란색에 장식없는 쓰리피스를 입고 연단에 올랐다. 파란색 바지 정장은 TV방송등에서 자주 보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그는 이 날 “내가 가장 어린 후보는 아닐지 몰라도, 미국 역사 상 가장 어린 여성 대통령이자, 첫 할머니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운을 뗀 다음 “여러분은 백악관에서 내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수년동안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며 농담하는 여유를 부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이 입은 파란색 쓰리피스는 뉴욕 출신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제품이다. 로렌은 가난한 유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 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상징적 인물이다. 로렌은 애국심과 자선활동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미국 국립미국사박물관이 수여하는 제임스 스미슨 200주년 메달을 받았다. 로렌의 의상은 노련한 선택이었다.
WP는 “클린턴은 이제 그의 논란 많고,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 밝은 색상의 바지 정장을 선거자금 동원 도구로 쓰고 있다”며 “클린턴이 패션과 ‘데땅트(긴장완화)’ 이상의 수준에 도달했다. 패션은 이제 그에게 기쁨이자, 선거운동의 상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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