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근무하는 이명제(33)씨는 최근 이사를 앞두고 책 정리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몇 차례 이사할 때마다 정리가 쉽지 않아 매번 가장 마지막까지 미루던 일이었다. 넉넉치 않은 공간을 생각하면 책을 빼내야 하지만 손때 묻은 책을 무게를 달아 파는 고물상이나 중고서점에 내놓기는 꺼려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다. 이 씨는 이런 고민을 SNS에 올렸더니 지인으로부터 책을 보관해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책을 아껴주는 곳 같았어요. 언제든 제 맘 변했을 때나 책이 필요할 때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고요. 그래서 전날과는 다른 마음으로 아주 책을 가볍게 책장에서 뽑아냈지요. ”
최근 책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는 국민도서관 책꽂이(대표 장웅) 얘기다. 골치거리인 책 정리와 책을 함께 읽는 책 공유의 가치까지 더해주는 소셜라이브러리로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국민도서관은 책을 기증하는 게 아니라 책을 보관해주는 유일무이한 도서관이다. 집 구석구석 쌓인 책 때문에 고민인 이들이 책을 보내면 책을 보관해주고 내 이름의 디지털라이브러리를 만들어준다. 내 책의 장서를 핸드폰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어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을 때보다 훨씬 책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또 내가 맡긴 책을 누구나 빌려볼 수 있고, 누가 빌려갔는지 확인도 가능해 나누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공간 활용성과 책의 활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두 마리 토끼잡이인 셈이다.
2011년 문을 연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현재 책을 맡긴 이들은 수백명에 이른다. 장서는 26일 현재 3만4039종, 4만2846권이 서비스 중이다. 소설, 에세이, 만화, 경제, 경영, 건강, 인문사회학, 자연과학, 유아, 학습서까지 다양하다. 이 중 최신간도 800여권이나 된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장웅 대표는 “제가 갖고 있는 책이 많아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문을 열게 됐다”며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책을 가치있게 해주는 일이어서 회원들 중에는 책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책의 소유권은 그대로 남아있어 언제든 내 책을 돌려받고 싶으면 가져갈 수 있는 것도 매력. 책을 키핑(보관)하는 회원의 경우, 택배비만 지불하면 자신의 책을 얼마든지 빌려 볼 수 있고, 다른 회원의 책도 빌려보는 게 가능하다. 특히 이 곳의 책은 한번에 25권을 두 달에 걸쳐 빌려볼 수 있어 훨씬 여유롭게 읽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회원이 아닌 ‘손님’도 5권까지 책을 무료로 빌려볼 수 있다.
장 대표는 “국민도서관의 이념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차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무엇보다 책을 보다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유통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회원가입은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등록하게 돼 있다. 남녀, 성별, 연령도 적지 않는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게 국민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이다.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일산에서 20평 규모로 시작해 현재 60평으로 늘렸다. “방에 꽉 차있던 책에서 해방된 느낌은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쾌감”이라고 국민도서관 이용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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