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9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행사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 28)’에 굴지의 국내외 자동차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전기차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국내 전기차 현실은 글로벌 시장 규모의 1%도 안될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시장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에 기업들 원성이 높아지는 사이 1년 동안 뒷짐만 진 국회는 뒤늦게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저속전기차 속도규제를 완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법 상 최고속도 80㎞ 도로에서 60㎞로 달리는 것은 속도위반이 아닌데도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 60㎞ 이상의 도로에 진입조차 못해 저속전기차 산업이 위축된다는 지적에, 저속전기차의 진입제한 도로를 현행 최고속도 60㎞ 이하에서 80㎞ 이하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년 동안 이 법안은 여야 정쟁에 단 한 차례 법안심사조차 거치지 못하다 뒤늦게 지난달 말 법안심사에 올라가 통과됐다. 심사를 거쳐 ‘저속전기자동차의 진행방향을 고려해 최고속도가 시속 60㎞ 초과인 도로를 통과하지 않고는 통행이 불가능한 구간이 생긴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고속도가 시속 80㎞ 이하인 도로 중 해당 단절구간 통행에 필요한 최단거리에 한해 운행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신설 조항(35조의 3 제1항)을 포함시켰다.
최종 처리까지는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국회 본회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다.
그나마 국회가 미적거렸던 심사를 실시해 법안을 통과시켜 업계에서는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전기차 세계 4대강국 진입을 목표로 2010년 전기차를 주축으로 하는 ‘그린카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2013년까지 전기차는 전국 1871대, 충전시설은 1962기에 불과해 매년 수백%씩 성장 중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 기업들이 아무리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도 정작 차량 운행이 가능한 도로가 극히 제한됐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저속전기차가 시속 60㎞ 이상 일반 도로에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재 서울시내 공항로ㆍ헌릉로 일부 등 22개 노선과 내부순환도로·올림픽대로 등 35개 노선에서 다닐 수 없다.
이에 대기업은 물론 10여개의 전기차 관련 중소기업들은 별도로 연대를 결성해 속도규제를 국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규제는 세계에서 국내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전기차의 저속ㆍ고속차 구분 없이 차종을 경차로 구분해 모든 도로 운행을 허용하고 유럽이나 중국은 별도 구분 없이 일반차와 동일하게 도로 운행이 가능하다.
미국도 56~72㎞로 제한하고 있지만 각 주별로 제한속도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