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보호구역 지정해야 할판에… 환경보전·상생흐름 역행 아쉬워
“엄마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의 식수를 지키겠습니다.”
정미선<사진> 서울시 수질정책팀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단순히 서울시내 하천 수질 담당 실무자로서 밝히는 형식적인 의무감이 아니었다. 수돗물을 마시는 서울시민으로서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2500만명 시ㆍ도민의 ‘먹는 물’을 꼭 지켜야 한다는 호소로 들렸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는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조성사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구리시가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이 되는 팔당댐 하류지역 토평동 일대를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해당 지역은 상수도 보전 목적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지정된 곳이다.
국토부는 이미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전략영향평가 단계를 마쳤다. 국토부가 구리시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다. 지금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밟고 있다. 이 싸움의 한가운데엔 지방정부 5급 공무원에 불과한 정 팀장이 서 있다.
그는 1990년 7급 공업직군으로 서울시에 들어온 이후 줄곧 환경과 수도, 수질 업무를 맡아왔다. 1000명이 넘는 서울시 공업직군 공무원 중 유일한 여성 팀장이다. 남성 중심의 공업직군에서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꼬박 20년이 걸렸다. 끌어주는 여자 선배도 없었다. 지금은 공업직군 여직원들의 ‘멘토’가 될 정도로 업무에 대한 내공을 쌓았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2.05 정미선 서울시 수질관리팀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2.05 정미선 서울시 수질관리팀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4.02.05
그래서일까.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관련 문서와 규정을 들이대며 조목조목 꼬집는다. 정 팀장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당초 지정된 요건(상수도 보전)이 충족돼야 한다”면서 “팔당 하류지역은 과거보다 상수도 취수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1970년대는 취수량이 하루 66만t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 298만t, 급수인구만 919만명에 달한다. 오히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는 “국토부의 ‘친수구역 조성지침’을 보면 친수구역을 조성할 때 수변구역 등 수질보전이 필요한 지역은 원칙적으로 친수구역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구리시의 나쁜 선례로 팔당 상류 상수원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정 팀장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뛰어든 것은 비단 관련 업무 담당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서울시 수돗물(아리수)을 마시는 시민으로서 더 애착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환경보전과 상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고, 개발과 성장 논리가 지배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 결정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가 앞에 놓인 거대한 싸움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사진=이상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