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의 진화양상에 따라 수사에도 전문적 소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필요에 따라 경찰청은 최근 20여개 분야에 대한 수사전문가를 선발했다. 이들의 자문을 받아 조직폭력배 분야를 시작으로 CCTV 분석, 보이스피싱, 대포차,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가), 혈흔형태분석, 법최면, 의료사고 등 총 20회에 걸쳐 관련 범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숨겨진 수사기법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함.’
거짓말의 사전적 정의다. 거짓말 탐지란 정의에서 나온대로 사람이 말을 허위로 ‘꾸미는’ 과정에선 반드시 신체적인 변화가 동반된다는 사실에서 착안된 수사기법이다.
쉽게 말해 각 사람에겐 ‘피노키오의 코’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신체 변화 중 생리적 반응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고안해 낸 장치가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다.
분석관과의 문답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피검사자의 호흡, 피부전류, 심장혈관 등 자율신경계의 여러 반응을 이용해 진술의 진위 판별을 해내는 기계 장치다.
이태현<사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폴리그래프 분석관(경위)은 “기본 원리는 인간의 심리적인 감정이라는 것이 감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반드시 외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게 돼 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할 경우 차트 그림에서 심장박동수가 빨라져 호흡이 가빠진다거나 피부에 땀이 증가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거짓말탐의의 역사는 고대 중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혐의자의 입 안에 마른 쌀 한 줌을 넣어 질문을 한 뒤 뱉어낸 쌀의 건습 여부를 따져보는 방식이 사용됐다. 거짓말시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게 돼 침샘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원리에 따른 것이다.
서양에선 1885년 이탈리아 생리학자 롬브르노가 맥박변화를 읽는 방법으로 범인 검거에 성공한 것이 시초다.
이후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은 1915년 혈압 변화를 이용해 처음으로 현대적인 거짓말 탐지기의 틀을 갖췄고, 이후 생리학 박사를 받고 캘리포니아 경찰이 된 존 라슨이 이를 발전시켜 혈압, 맥박, 호흡을 동시에 자동 기록하는 폴리그래프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엔 1960년에 처음 폴리그래프가 도입됐다. 법원 판결에서도 폴리그래프 분석이 정황증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는 어디까지나 신체 반응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신불안자나 예민한 타입, 반대로 극도로 이성적이거나 냉철한 사람에겐 실제와 상반된 결과를 도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자칫 선량한 시민을 범죄자로 낙인 찍거나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드시 면담 조사가 수반되게 된다.
이 분석관은 “거짓말 탐지에 있어 사실 측정장비 검사 시간을 얼마 안되고, 피검사자와의 면담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다”며 “피검사자의 진실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면담 중엔 특히 피검사자의 미세표정(micro expression)이 녹화를 통해 정밀 관찰된다. 아무리 거짓말을 태연하게 잘하는 사람도 0.3초 동안의 경미한 표정 변화는 있게 된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다.
보통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코를 손으로 만진다거나 눈동자를 굴리는 것, 입술을 오므리거나 머리를 긁적이는 등의 순간을 포착해 내는 것이다.
이 분석관은 “개인마다 당혹스러움을 나타내는 표정을 잡아내는 과정”이라며 “하지만 면담의 최고 목표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엔 전국적으로 30명의 폴리그래프 분석관이 활동하고 있다. 각 지방청별로 매해 300~400건 정도의 거짓말탐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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