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해창 기자]웰빙과 다이어트, 건강 식품과 식단의 붐을 타고 밭작물의 가치가 고공행진이다. 단적인 예로, 전남 고흥지방의 논은 마늘과 양파로 뒤덮여있다. 쌀보다 마늘과 양파가 훨씬 더 효자이기 때문이다.
때맞춰 1970년대 한국 농촌의 부흥을 이끈 ‘통일벼’의 주역,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이 밭작물 혁신에 두팔을 걷었다. 최우선 사업은 밭작물의 기계화다.
실제로 밭작물 농사가 논(벼)농사 보다 소득이 훨씬 높다. 국가 전체 쌀농사는 2002년 10조1000억원에서 2012년에는 8조2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밭농사는 13조원에서 20조원대로 급증했다.
하지만 기계화에선 밭이 초라하다. 작년 기준 논농사 기계화는 98% 이상이지만 밭농사는 56% 남짓하다. 그나마 논농사 농기계로 밭갈고 씨뿌리고 방제가 가능한 파종 작물은 기계화가 무난하다. 문제는 묘를 전답에 심는 정식작물이다. 고추, 양파, 배추 등 대표적인 양념류나 채소류가 여기에 속한다. 쪼그리고 앉아 일일이 손으로 심어야 한다. 게다가 농촌 고령화로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65세 이상 농가 고령화율은 37%로 도시 고령화율(9.2%)의 거의 4배나 된다.
밭농사에 기계화가 낮은 이유는 규모화가 안되는 데다 개인당 소유 면적도 작다. 0.3ha(900평)대 소유자가 전체 농가의 85%에 이르다보니 농기계를 구입할 처지가 못 된다. 작물마다 별도의 기계가 요구된다는 점도 문제다. 마늘의 경우 6쪽을 내서 파종을 하지만 점식이어서 일일이 수작업에 의존한다. 이러니 농가가 기계구입에 엄두조차 못내고 결국 수요가 없어 기계화 사업에 업체들이 나서지 않는다.
민간기업을 대신해 밭작물 농기계 개발을 전담하는 곳이 바로 농진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생산자동화기계과다. 연구개발을 이끄는 최규홍 과장을 통해 파악한 현황은 다행히 희망적이다. 우선 ‘마늘양파생산 일관기계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로 2012년에 생산에서 수확까지 가능한 기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마늘의 경우 투입 노동시간은 손으로 했을 때 10a(1담보, 3백평)당 278시간 걸리던 것이 164시간으로 줄어 노동력이 41%나 절감됐다. 양파의 경우 241시간에서 58시간으로 76%나 줄었다.
2013년에는 참깨 예취기(수확기)를 개발해 10a 수확에 0.6시간이 걸려 인력의 26배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잡곡 파종기 개발에 성공했다. ‘잡곡 전성시대’를 주도하는 조, 수수는 트랙터 부착기를 개발해 큰 효과를 거뒀다. 올해 목표는 다이어트로 구매력이 치솟는 고구마의 일관기계화 기술개발이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양호 농진청장은 밭작물 기계화와 함께 기계화 적합품종 개발, 재배방식 통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직립하는 콩이나 잘 떨어지지 않는 참깨 등을 말한다. 이 청장은 셋다 이루는 데 농진청과 관계기간이 총력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최대 관건이다. 농기계임대사업으로 한계가 있다. 밭농사가 촉진되면 식량 자급률도 높이고 FTA 파고 대응에도 용이하게 된다. 무엇보다 민간기업이 밭작물 기계화사업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특단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우리 농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밭작물 기계화만 조기에 이뤄지면 밭작물의 경쟁력 강화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잉태한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당시 박정희정부는 농업기계화촉진법(1978년)을 제정, 세계가 깜짝 놀랄 수준으로 벼농사 기계화에 성공했다. 바로 이런 강력한 정책적 결단이 지금 밭작물에도 필요하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웃고 나라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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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헤럴드경제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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