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중앙아시아 내륙국 타지키스탄에 ‘검은색 히잡’ 경계령이 떨어졌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이 얼굴만 남기고 머리와 목을 감싸는 스카프다. 이슬람이 인구의 90% 가량 차지하는 타지키스탄에서 왜 히잡이 문제가 됐을까. 사연은 이렇다.
유라시아 지역 뉴스 사이트인 유라시아넷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지난달 어머니의 날(사순절 넷째주 일요일. 타지키스탄에선 8일) 기념 연설에서 검은색 히잡을 콕 집어 이를 쓰는 여성을 비판했다.
그는 “고래로 우리 국민은 아름다운 여성 의복을 지녔다. 우리 여성들은 결코 검은색 옷을 입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검은색 옷은 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방인이 눈에 띠고자, 극단주의를 우리 영토에 들여오고자 이런 의상을 입는다”며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대통령 연설 사흘 뒤에 현지 국영TV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검은색 히잡을 써 몸값을 높인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매매춘 여성들은 검은색 베일로 머리를 두르면 잠재 고객을 더 끌어들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세무당국, 경찰 등이 시내 히잡 판매점을 상대로 단속을 벌여 니잡(전신을 두르는여성 의상) 등 이슬람 의류 판매를 중단시켰다. 한 상점주인은 유라시아넷에 “물건을 팔때, 물건을 살 사람이 그것을 어디에 쓸지 알수 있냐. 매춘하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안된다고 말할 수 있냐”고 호소했다.
미국의 자유유럽방송은 타지키스탄 성매매 관계자들을 인용해 매춘부가 히잡을 두르는 건 호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받는 모욕과 언어 공격을 막고,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3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타지키스탄에서 매춘은 불법이지만, 최근 몇년새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성매매 시장이 크게 늘었다. 특히 인접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인의 매춘 관광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작년 정부는 대대적인 매매춘 업소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라흐몬 대통령의 무슬림 문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국가가 독립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장기 집권 중인 라흐몬 대통령은 중앙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 중에서 이슬람 등 모든 종교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권리를 법으로 정했다.
대통령 자신은 세속주의자다. 몇해 전 타지키스탄은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모스크 출입을 금지했으며, 남성이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엄중 단속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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