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중학생 딸을 수차례 성추행한 아빠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수십 명의 여대생을 1년 넘게 성추행한 모 대학교수는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군부대내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 대위가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성추행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여성아동 5명 중 1명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성추행은 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하여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말한다. 성추행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며, 때로는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강제추행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성추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성추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에 대한 성적 공격성이 남성의 생물학적 본능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여기에 동의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성추행 행위를 억제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부추기는 사회적 요인은 무엇인가?
성추행의 사회적 요인을 분석해 보면 무엇보다 남성의 우월적인 지위를 들 수 있다.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여성의 권익이 전반적으로 많이 신장되었지만, 아직도 남성우월적인 조직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직장과 학교다. 회사, 군부대, 학교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공통점은 가해자인 남성은 갑(甲), 피해자인 여성은 을(乙)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부하직원과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직장상사와 교수의 성추행에 대항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남성중심적인 가치관을 들 수 있다. 남성의 성추행을 으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거나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심지어는 성추행 피해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피해여성이 가해남성을 유혹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쳇말로 꼬리를 쳤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식이다.
조직의 관대한 태도도 성추행을 조장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 적당한 선에서 수습하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관장이나 책임자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솜방망이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 후 같은 곳에서 제2, 제3의 성추행 사건이 뒤를 잇는 사례가 허다하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여성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용감하게 피해를 신고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수치심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기를 망설이고 있고, 그러다보니 성추행 가해자들은 더 뻔뻔해지고 있다.
성추행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WHO에서는 양성평등적인 조기교육과 홍보, 대중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캠페인이 근본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 단기처방이라도 가동해야 한다. 여성들이 취약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하고 감시망과 신고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피해여성에 대해서는 법적, 의학적, 정서적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국가경쟁력의 기반이다. 여성이 성추행의 위험 때문에 학업이나 경제활동에 종사하면서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곧 도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의 성적 안전과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적 가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3만달러 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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