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인수 최종확정
#지난 3월 19일. 윤종규<사진> KB금융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 회장이 마주 앉았다. 예정에 없던 두 회장의 전격적인 회동으로 방안엔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긴장감도 잠시.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은 LIG손보와의 신뢰관계에 한치의 의심도 없으며, 인수계약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 동안 구 회장님께서 애정과 열정으로 일구어 온 LIG손해보험을 KB가 잘 이어받아 국내 최고의 보험사로 발전시키겠다”며 먼저 구 회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 회장의 솔직담백한 의지 표명에 구 회장도 흔쾌히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6월 인수계약 체결 이후 9개월여만에 KB금융그룹의 LIG손보 인수가 최종 확정되는 데 9부 능선을 넘는 순간이었다. KB금융그룹이 LIG손보를 품에 안으면서 그간의 인수합병(M&A) 잔혹사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 2008년 외환은행 인수 포기, 2012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으로 이어지던 KB금융그룹의 M&A 실패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든 것. 특히 LIG손보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윤 회장의 솔선수범형 리더십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9개월여의 긴박한 순간…M&A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다=KB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LIG손보 인수(안)을 최종 확정했다. 최종 인수가액은 6450억원. 당초 계약가격 6850억원에서 400억원 낮아진 금액이다. 게다가 기간경과에 따른 KB의 지연이자(5월말 거래종결 기준 250억원)를 받지 않기로 함으로써 실질적인 인하금액은 650억원으로 총 지급액 대비 약 9.0%의 할인효과까지 챙겼다.
하지만 KB금융의 LIG손보 인수가 마냥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가격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기 까지는 수차례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인수계약 후 KB금융과 LIG손보 양측은 최종 가격협상에 대한 이견으로 시간만 지연됐다.
시간이 지연되면서 양측의 부담도 커져갔다. LIG손보는 계약 체결 이후 딜 클로징(Deal Closing)이 장기간 지연됨에 따라 거래종결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갔고, 이는 실무협상이 신속하게 진척되지 않는 주된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 19일 윤 회장과 구 회장이 전격 회동한 것도 지지부진한 실무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해서였다. 두 회장의 회동으로 KB금융과 LIG손보는 큰 틀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던 실무진 협상은 예상과 달리 난관에 부딪혔다. 변경계약서 문안 수정과 관련해 협상 타결 마지막 순간까지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
협상타결 당일인 25일 새벽까지 양측 법률 자문사까지 모두 참여한 가운데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좀처럼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 예정돼 있던 KB금융의 이사회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협상은 결국 이사회 개최 당일인 25일 새벽 6시에야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솔선수범형 리더십…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다=KB금융이 LIG손보 인수로 지난해 말 기준 405조4000억원의 자산이 428조5000억원을 불어나게 된다. 신한(406조7000억원)으 제치고 자산기준 1등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게 되는 것. KB금융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KB손해보험(가칭)을 출범, 시너지 등을 통해 비은행 부분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보험 부문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은행과 카드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IG손보 인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지난해 KB사태 수습과 경영안정화에 총력을 다하면서도 그간 수없이 고배를 마렸던 M&A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특히 윤 회장은 인수 협상이 중대고비에 봉착할 때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라는 솔선수범형 리더십으로 정면 돌파했다. LIG손보 인수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던 금융위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윤 회장이 먼저 나섰기 때문이다. LIG와의 가격협상에서도 연초 LIG 미국법인의 부실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종 가격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윤 회장이 직접 나서 담판을 지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은 실무진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 회장이 필요한 일에는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솔선수범형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최종 계약체결 과정에서 핵심적인 구동축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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