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짧지 않았던 설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허니문도 끝났다. 인사 직후 이어진 설 연휴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홍용표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홍 내정자는 연휴 기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한 통일부 직원들과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홍 내정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기대하는 측에서는 홍 내정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실무위원을 지낸데 이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 등에 깊이 관여한 대표적인 통일정책통이라는 점을 근거로 든다.
분단 70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히고도 좀처럼 대화테이블에 마주앉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통일정책 브레인’이 전면에 나섬으로써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화상대로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와 직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 출신의 홍 내정자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도 홍 내정자 인사배경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합리적 성품으로 남북관계 현안을 풀어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남북 고위급접촉에 차석대표로 참여하고, 10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인천을 찾았을 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함께 8명의 남측 대표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남북협상 실무경험을 갖췄다는 점도 홍 내정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우려하는 측에서는 홍 내정자가 전임이었던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는데다 1급 청와대 비서관에서 차관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통일비서관으로 일해 온 홍 내정자는 현재의 남북 대결관계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1급 비서관이 바로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통일부를 챙기겠다는 의미인데 통일부는 사실상 자체동력을 완전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김장수 주중대사도 그렇지만 홍 장관 내정은 외교안보라인의 돌려막기”라며 “기존의 방식이 잘못돼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보니 새로운 정책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4년생으로 51세의 젊은 나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 내정자가 청문회 절차를 통과해 입각하게 되면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국무위원이 된다.
물론 이전에도 허문도 국토통일원 장관과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각각 46세와 47세에 장관에 오른 사례는 있다.
하지만 5공 때의 허 장관이나 참여정부의 명실상부한 외교안보사령탑이었던 이 장관의 위상이나 역할과는 다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홍 내정자와 함께 외교안보진영을 꾸리게 될 김관진(1949년생) 국가안보실장과 윤병세 외교부장관(1953년생), 한민구 국방부장관(1953년생), 이병기 국가정보원장(1947년생)이 홍 내정자보다 적게는 11살에서 많게는 17살이나 많다는 점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59년생으로 홍 내정자보다 5살 많은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정권 출범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1948년생)과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1944년생) 틈바구니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예상 밖의 큰 문제가 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홍 내정자는 김관진 실장이나 윤병세 외교부장관,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이 외교안보장관회의 등을 가질 때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던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함께 홍 내정자가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맡았던 통일준비위원회 정부부문 부위원장직을 계승하게 된다면 정종욱 민간부문 부위원장과 자리를 나란히 하게 될 텐데, 정 부위원장은 1940년생으로 홍 내정자보다 24살이나 많은데다 학계의 대선배다.
다만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사안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고위당국자를 역임한 한 인사는 “남북관계에서는 장관이 누구냐 보다 대통령이 어떤 생각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결국 문제는 박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인데 장관이 바뀌었다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