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눈속임용 헤드만 설치 대학가·원룸등 화재 무방비 이사할때 세심한 확인 필요
# 지난해 10월 18일 새벽 4시15분께 서울 종암동의 대학가 한 원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방의 옆방에서 잠을 자던 대학생 A(22ㆍ여) 씨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중태에 빠진 후 사망했다. 당시 화재의 목격자 최모(23ㆍ여) 씨에 따르면 화재가 난 뒤 현장에 온 소방관이 “스프링클러가 ‘모형’인 것 알고 있었나? (진짜) 스프링클러가 있었다면 피해가 많이 줄었을 것”이라고 최 씨에게 말했다. 불이 난 원룸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가짜’였다는 증언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사고 현장에 출동한 서울 성북소방서의 해당 소방관과 이 사건 담당 종암경찰서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해당 화재 사건이 민사소송 중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화재가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난 후인 이달 16일 기자가 해당 원룸을 직접 찾아 스프링클러를 확인했지만 복도와 방 안에서 스프링클러 헤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가구주택 등에 가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을 수 있어 화재 경보 시스템에 대한 취약 우려가 제기된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그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관련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20년 전이지만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소방 점검을 나갔다가 헤드만 박힌 ‘가짜’ 스프링클러를 발견한 적이 있다”며 “배관 공사를 하다 헤드 반경이 한쪽으로 몰리면 증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관을 전부 교체해야 하며, 이런 경우 배관을 교체하지 않고 눈속임을 위해 헤드만 박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 시공업체와 인테리어업자는 배관 연결 없이 천장에 구멍만 뚫어서 스프링클러 헤드만 설치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복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때 중 배관선을 복도 반대쪽 끝까지 끌어오지 못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끝쪽에는 스프링클러 헤드만 설치하는 식이다.
소방법상 다가구주택과 10층 이하 공동주택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11층 이상 모든 건물과 원룸, 고시원 등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아 운영하는 것 중 4층 이상, 바닥 면적 1000㎡ 이상의 경우에는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배관이 설치된 상황에서 추가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은 개당 10만원가량이다. 반면 스프링클러 헤드는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개당 3000원에 구매 가능하다.
현재 다가구주택의 화재는 한 해 400건가량 발생하는데, 사망ㆍ부상자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다가구주택에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시설이 미흡한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방재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의 화재 발생 건수는 2009년 427건, 2010년 336건, 2011년 386건, 2012년 452건, 2013년 426건이다.
특히 일반인이 ‘진짜’ 스프링클러와 ‘가짜’를 구별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 한 소방서 관계자는 “집 안 스프링클러가 진짜로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천장을 뜯거나 스프링클러 헤드를 세게 잡아당겨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2012년 도봉구시설관리공단에서는 헤드에 열을 가한 뒤 물이 나오는 것을 담아 배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스프링클러 점검기계를 발명해 국제 특허를 받았다.
민상식 기자ㆍ이현용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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