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땐 더없이 진국이더니 결혼하고 나선 진상중의 진상
달콤한 꿈이 악몽이 되기까지 단 1년도 안걸린다는 영화 ‘저스트…’ 당신의 결혼생활은 어떠신지…
한시도 떨어지기 싫고, 열대야에도 꼭 끌어안고 자던 그들. 어느 날 돌아눕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못 볼 걸 본 듯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질색을 하고, 손끝이 스치기라도 하면 벌레라도 물린 듯 치를 떤다. 그들은 누굴까. 일심동체이고 백년회로한 그들, 바로 부부다. 인터넷엔 그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으로 가득하다.
“요즘, 남편이 너무 꼴보기 싫습니다. 똑같은 얼굴도 꾀죄죄하게 보이고, 똑같은 말투도 (이제는) 듣기 싫고, 육아에 지쳐서 그런 건가, 한 몇주 전부터 제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회사에서 전화하면 받기 싫어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해요. 님들은 남편이 꼴보기 싫을 때, 왜 꼴보기 싫으세요?”
답은 더 가관이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올 때 꼴보기 싫다” “술 먹고 들어와서 자꾸 말 걸 때 한대 패주고 싶다”는 차라리 애교이고 ‘닭살 커플’ 수준이다. “매일 일찍 오는 게 더 싫다” “그냥 남편이 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뭘 해도 꼴보기 싫다” “그냥 매일 밉다” “남편 입에 밥알 들어가는 것도 아깝다”는 등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남편이 숨쉬는 것도 짜증난다”는 고백도 있다. 마지막 한 여성의 글이 거의 ‘확인사살’이다. “다들 똑같네요.”
육아와 인테리어 등 여성 전문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 한 회원이 올린 글과 그 밑에 매달린 댓글들이다. 샴쌍둥이처럼 꼭 붙어 지내던 부부가 어느 날 돌아눕기 시작할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되돌아보면 그게 꼭 진정한 사랑은 아니었어요. 그건 열병이었어요. 열병은 사랑과 많이 닮아있죠. 평생 열병을 사랑으로 착각한 적이 몇 번 있어요.(열병과 사랑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이에요. 모든 면에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불리한 상황에 닥쳤을 때의 모습을 봐야 해요. 그건 3개월이나 6개월로는 안 돼요. 1년으로도 부족하죠.”
미국 뉴멕시코에 사는 여성 올리비아는 20대 후반 힌두교도 수행사원에서 한 미남을 만나 열애에 빠졌고 연애 1개월 만에 결혼했으나 12년이 지난 뒤 갈라섰다. 올리비아는 ‘열정과 사랑을 착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데이나 애덤 샤피로가 26명의 이혼 남녀의 인터뷰를 기록한 저서 ‘어느 날 우리는 돌아눕기 시작했다’(이영래 역, 중앙M&B)에 등장하는 사례다. 그들의 고백은 성격, 취향, 대화, 육아, 외도, 섹스, 폭력 등 부부가 부딪칠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의 ‘경연장’과도 같다.
사랑에 빠지는 데는 몇 초, 몇 분도 충분하지만, 사랑에 질려버리거나 사랑이 변하거나, 혹은 애초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국 영화 ‘저스트 어 이어’(감독 댄 마저)에서 등장하는 커플의 사례는 연애의 단꿈이 끔찍한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단 1년’(just a year!)도 길었다고 말한다. 한눈에 반해 서로에게 빠졌던 짧지만 달콤했던 7개월 연애를 뒤로하고 두 남녀, 조쉬(라프 스팰 분)와 냇(로즈 번 분)은 결혼에 골인한다.
그런데 예식 당일부터 단꿈은 악몽이 돼 가기 시작한다. 피로연 때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로 진상을 부린 남편의 ‘절친’은 불행의 전주곡이었다. 남편은 결혼 다음날부터 ‘카우치 포테이토’나 ‘인터넷 야동 폐인’으로서의 근성을 확실히 발휘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별 볼일 없는 무명 작가, 아내 냇은 버젓한 홍보에이전시의 팀장. 소파에서 곯아 떨어진 남편을 뒤로하고 출근한 냇은 어느 날 잘생긴 외모에 지적이고 세련되며 배려심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백만장자 ‘가이’(사이먼 베이커 분)를 만난다.
남편은 남편대로 옛 연인을 다시 찾아 옛 감정에 사로잡힌다. 옛 연인에게 조쉬는 다정한 마음 씀씀이와 유쾌한 농담, 순수한 배려심을 가진 남자다.
그렇게 한 남자는 누구에겐 ‘진상’, 누구에게는 더없는 ‘진국’이 된다. 그 사이엔 다만 ‘결혼제도’가 있을 뿐. 지옥이 돼 버린 결혼생활을 견디다 못한 부부는 결국 결혼 9개월 만에 부부상담소를 찾는다.
결혼 생활이 이처럼 극적이기만 할까? 한국영화 ‘잠 못 드는 밤’(감독 장건재)은 결혼 2년차에 접어든 30대 부부의 일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남편과 요가 강사인 아내.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고, 국수를 비벼먹고,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입을 맞추고 서로의 몸을 만지고, 함께 욕실에 들기도 하는 부부의 일상적 순간들.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감정들을 공기같이 투명하지만 밀도 높은 섬세함으로 보여준다. 직장에 대한 불안,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들이 때로는 관계를 잠식하고 악몽을 불러오지만, 그것들은 비밀스럽고 에로틱하고 평화롭고 기쁨에 겨운 찰나들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일상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부부의 2년과 일상이 지옥이 된 ‘저스트 어 이어’의 1년. 당신의 결혼생활은 과연 어느 쪽이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