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ㆍ석지현 기자]“옛 여자친구가 자살하려고 합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께. 119 응급구조대에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살암시 문자를 보내왔다는 전 남자친구의 신고였다.
곧바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로 출동한 경찰과 119 구조대는 현장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못했다. A(35ㆍ여) 씨가 자신의 왼쪽 손등에 정맥주사기를 넣어 피를 빼고 있었던 것. 근처에 놓인 양동이에는 이미 A 씨가 뽑아낸 것으로 보이는 1ℓ 가량의 피가 담겨있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경찰에게 A 씨는 되레 “내 피를 내가 뽑는데 왜 간섭이냐”며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간호사 출신으로 의료기구를 다루는데 익숙하고, 피가 응고 될 때마다 호스를 잘라 새로 연결시키는 집요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A 씨와 수십분간 실랑이를 벌였지만, A 씨가 완강히 치료를 거부해 현장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자살시도자의 경우 보호자에게 넘기거나, 자살예방센터에 의뢰해 상담을 진행하지만 이경우 본인이 거부의사를 심하게 밝혀 따로 방법이 없었다”며, “경찰 생활을 오래했지만 피를 뽑아 자살하겠다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tig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