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회장 재추대 수락… ‘새 시대 코드’ 도입 저성장시대 해법 찾기 · 새 정부와 조화로운 파트너십 모색 과제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앞으로 2년 더 회장직을 맡기로 했다. 부회장에는 이승철 전경련 전무가 선임된다. 피로증을 간간이 내보였던 허 회장이 연임하기로 한 것은 고민 끝의 결정으로 보인다. 이 전무의 부회장 선임은 1993년 조규하 부회장 이후 전경련 사무국 출신의 20년 만의 내부 승진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새 집행부 출범은 오는 21일 정기총회에서 의결된다.
재계 일각의 관심을 끌었던 전경련 새 집행부에 대한 인사는 이렇게 정리됐다. 겉으로는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허 회장은 장고했다. 통상 정기총회 열흘, 아무리 늦어도 1주일 전에는 새 회장이 결정됐지만 이번에는 사흘 전에 다급히 마무리됐다. 허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 일은 끝났다”며 고사의 뜻을 내보였다. 그러다가 회장단의 재추대 입장에 “회원사 뜻에 따르겠다”고 했고, 결국은 많은 생각 끝에 연임을 수락했다.
허 회장이 연임에 대해 장고한 것은 오늘날 코너에 몰린 전경련 입장과 무관치 않다. 새 시대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압박, 집행유예 금지 등 일부 재벌 총수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처벌 의지, 반기업 정서 등 옛날에는 생각지도 못할 걸림돌이 산적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재계에 대한 강공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론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재계가 똘똘 뭉쳐 전경련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한때 ‘재계 총리’, 나아가 ‘재계 대통령’으로 불렸던 전경련 회장직은 영광이 아닌 ‘총대 메는’ 자리로 전락했다. 이병철, 정주영, 최종현, 김우중 등 역대 회장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정부와 협력과 견제를 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단의 재추대를 허 회장이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해는 가지만, 원래 일이란 누군가는 앞장서야 하는 법이다. 허창수호(號) 1기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큰 지지를 못 받았다. 그래서 2기는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는 저성장 시대의 해법을 찾는 어젠다 발굴과 새 정부와의 조화로운 협력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것이 새 전경련의 과제다.
앞으로 2년. 전경련이 옛 위상을 되찾고 큰소리를 치려면 ‘새 시대 코드’부터 도입해야 한다. 허 회장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