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부재해 최대 실적 발표에도 주가 폭락 … 삼성전자 앞세운 안드로이드 공세에 점유율 하락
"왕은 죽었다."
지난 1월 24일 애플이 201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국내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애플의 몰락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554억 5,000만 달러(약 58조 원)의 매출과 130억 8,000만 달러(약 13조 원)의 순이익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이후 더 이상의 '혁신'을 꿈꾸지 못하는 애플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추락은 다양한 원인에 기인한다. 먼저 '혁신'을 찾을 수 없는 '아이폰5'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제조사들에게 덜미를 잡히고 있다. 이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애플의 전용 OS인 iOS의 점유율은 급격히 감소중이다. 특히 미래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에서의 부진은 그 무엇보다 뼈아프다. 더 심각한 것은 애플리케이션 시장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게임 분야에서 안드로이드에게 현격하게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가 빠른 검수와 업데이트 및 패치 적용, 능동적인 서비스 관리 등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애플은 여전히 독단적인 검수와 일방적인 운영으로 개발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디바이스가 iOS 전용 디바이스인 애플의 제품군을 능가할 정도로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는 부분 역시 애플의 위기론을 근거하는 요인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플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마켓으로 대변되는 iOS와 안드로이드의 애플리케이션,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사실상 안드로이드로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애플이 또 다른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역전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애플의 위기는 국내에서도 목격된다. 이미 안드로이드에 밀려 20% 이하의 점유율만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개발자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더 이상의 '아이폰'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안드로이드, iOS 모두를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엔진이 대중화된 현실에서 좀 더 많은 보급률을 가진 OS에 주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고 안드로이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애플 '휘청' 그렇다면 이런 애플의 위기론은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디바이스와 iOS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아이폰5'가 혹평을 받는 가운데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약 4,8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아이폰4S'가 출시된 2011년 4분기에 비해 1,000만대 이상 높아진 수치지만 기대치였던 5,000만대에는 못미친다.
반면 같은 시기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약 6,300만대를 판매하며 애플을 압도했다. 여기에 LG전자의 제품군 등 다른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판매량까지 합한다면 iOS와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된다.
고가 정책을 펼친 덕에 애플의 수익률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점유율에 기반하는 영향력 측면에서 더 이상 '아이폰'의 독주는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장점이었던 혁신적인 변화가 더 이상 추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디자인과 성능 측면에서 '아이폰'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의 독주는 더 이상 목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5'의 홈페이지 광고 화면. 애플은 카피처럼 '아이폰5'에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플이 iOS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는 개방성을 표방, 제조사에 상관없이 무료로 탑재가 가능하다. 때문에 새롭게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 뛰어든 후발 주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앞다퉈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애플을 누르고 넘버원 제조사로 등극하면서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iOS는 애플의 판매 실적에만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성장 원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최근에는 윈도우폰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어 애플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디바이스의 독주 속에 iOS의 영향력까지 회복되어야 하지만 혁신의 부재라는 내적 요인과 안드로이드의 성장이라는 외적 요인까지 직면한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틈새 노린 안드로이드의 역습반면 애플의 허점을 노린 안드로이드의 역습은 눈부시다.
안드로이드는 신흥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각광받는 미래 시장인 중국에서 안드로이드는 iOS를 확실히 압도한다.
현지 퍼블리셔인 자모 게임즈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지난해 1월 중국 시장에서의 안드로이드와 iOS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4천억 원과 2천 억원 수준으로 안드로이드가 2배 정도 많았다.
그러나 11월에는 안드로이드가 1조 5천 억원을 기록한 반면, iOS는 2천 3백억원에 그쳤으며 2014년에는 안드로이드가 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iOS는 4천 억원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려 열 배에 가까운 격차다.
안드로이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NHN라인(좌)과 카카오톡. 각기 일본과 한국 시장에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게임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상정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애플의 고가 정책에서 비롯된다. 한국과 일본 등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신흥 시장에서는 큰 영향이 없지만 중국이나 인도 같은 경우 경우 한화로 80만원에 육박하는 '아이폰 시리즈'를 구입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우 현지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10만원 수준에서도 구입할 수 있어 보급률 차이가 막대하게 벌어지고 있다. 고가 정책 덕분에 영업 이익은 높을지 몰라도 구매력이 낮은 신흥 시장 공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과 수익을 거두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애플이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로컬 마켓을 제외한 모바일게임 글로벌 시장의 규모를 대략 5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 iOS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인 4조원 규모다. 1조원에 육박하는 구글 플레이 마켓에 4배에 달하는 수치로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안드로이드의 성장세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게임 놓친 애플, '혁신' 정책 선택할까?앱 분석 업체인 '앱 애니 인텔리전스'의 조사 보고서를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구글 플레이 마켓의 매출은 311% 증가한 반면 애플스토어의 매출은 1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기에 로컬 안드로이드 마켓의 수치까지 합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애플리케이션 및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안드로이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이 다름아닌 신흥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매출 상위 10위를 차지한 회사는 1위 NHN을 비롯, DeNA, GREE, 컴투스, 게임빌 등 게임로프트(프랑스)를 제외한 9개 회사가 한국과 일본 기업이다.
단일 게임 매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겅호 온라인(일본)의 '퍼즐앤드래곤'을 필두로 '드래곤플라이트(넥스트플로어, 한국)', '라인팝(NHN, 한국)', '애니팡(선데이토즈, 한국)' 등 상위 10위권 모두가 한국과 일본 게임이다. 신흥 시장을 거의 모두 안드로이드가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애플이 여전히 일방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모바일게임 시장의 중심이 안드로이드로 넘어가는 요인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 마켓이 별다른 검수를 진행하지 않고 국내의 경우 로컬 안드로이드 마켓인 이동통신사들도 검수에 하루 정도에 시간이 소요되는데 비해 애플은 여전히 일주일 이상의 검수 기간을 가지고 있다. 또한 론칭 이후 적용되는 패치나 버그 수정 역시 안드로이드 마켓들에 비해 애플스토어는 몇 배의 시간이 요구된다.
최근 기본처럼 자리잡혀가고 있는 안드로이드, iOS 동시 출시로 넘어가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동일한 버그가 발견되더라도 안드로이드에 비해 iOS는 적용이 현저히 늦을 경우 대처가 어려워진다. 안드로이드에 먼저 적용하면 iOS 유저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그렇다고 동시 적용까지 기다리기에는 전체 유저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 OS에 균등하게 비중을 두기에는 애플의 느린 대응이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대두된 애플의 위기론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처럼 디바이스와 OS 모두에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세대 먹거리 시장인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마저 안드로이드에게 주도권을 내줬기에 애플의 추락은 더욱 가파르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하 등 강력한 혁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정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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