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음악감독 이색앨범 눈길
어느 계절, 그 계절에 속하지 않는 것과 만나는 일은 귀하고 설레는 일이다. 식객(食客)처럼 삼도(3월 도다리), 오농(5월 농어), 육숭(6월 숭어), 칠갯(7월 갯장어), 팔광(8월 광어), 구전(9월 전어)을 읊으며 “최고의 보양식은 제철 음식”이라고 외쳐봐도, 한겨울 칼바람 부는 날에 야자수 늘어진 열대 휴양지를 상상하는 일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엔 겨울이 그리운 것이 허약한 사람 마음 아니던가. 영화 ‘즐거운 인생’ ‘님은 먼 곳에’의 이병훈 음악 감독이 ‘찰리스 우쿨렐레’란 이름으로 발표한 우쿨렐레 연주 앨범 ‘눈 내리는 하와이’는 그러한 사람 마음 한 구석을 파고드는 곡들로 따뜻하다.
‘눈 내리는 하와이’는 국내 최초의 우쿨렐레 뉴에이지 연주 앨범이다. 하와이 고유어로 ‘뛰는 벼룩’을 의미하는 우쿨렐레는 4줄의 발현악기로, 원형은 포르투갈의 기타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여름 햇살처럼 가볍고 경쾌한 음색은 악기의 고향인 포르투갈보다 ‘제2의 고향’ 하와이를 더 닮았다. 앨범은 ‘여행 전날’ ‘이방인’ ‘긴 하루, 짧은 한해’ ‘심야식당’ 등 이병훈의 재즈풍 자작곡 8곡을 비롯해 헨리 맨시니(Henry Mancini)의 ‘더 데이즈 오브 와인 앤 로지스(Days of Wine and Roses)’, 하와이의 마지막 왕이자 유일한 여왕인 릴리우오칼라니(Liliuokalani)가 만들었다는 익숙한 멜로디 ‘알로하오에(Aloha’ Oe)’, 민요 ‘아리랑’ 등 3곡의 커버곡까지 11곡을 담고 있다.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