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초특급 한파가 몰아쳐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전국에서도 강추위로 인한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1도를 기록한 데 이어 3일 아침에는 수은주가 영하 16.4도까지 떨어졌다.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한때 영하 22.8도까지 내려갔다.
3일 목요일에도 서울 최고 기온이 영하 8도에 머무는 등 아무리 껴입어도 살을 에는 추위가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콜록콜록’=매서운 추위 속에 기업체 사무실 등에서는 기침, 콧물 등 각종 호흡기 질환자들이 늘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황승태(32)씨는 “날씨가 추워지니 다들 몸 상태가 안 좋고 많이 힘들어한다”며 “근무하다 너무 아파서 점심때 병원이나 약국에 다녀오는 직원도 종종 보이고 사무실에 가습기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주변에 기업체가 많은 병원에는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감기 환자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는 한 이비인후과 직원은 “평소에는 하루 손님이 80∼100명정도 되는데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제 170명이나 병원을 찾았다”며 “오전 11시부터 점심때까지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한 기업체 빌딩에 입주한 한 이비인후과 직원도 “최근 들어 감기 환자가 평소의 배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오전 9시에 문을 열면 출근했다가 병원에 들르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스케이트장으로 변한 도로…‘꽈당’=얼어붙은 길을 걷다 미끄러져 다치는 낙상사고와 빙판길 교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지역 낙상사고 구급출동은 새해 첫날인 1일 147건, 2일부터 3일 오전 8시까지 136건으로 연일 100건을 훨씬 웃도는 추세다.
3일 오전 7시50분께 강원도 홍천 두촌면 원동리 원동포사격장 인근에서는 1t 트럭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시내버스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 백모(53)씨가 숨지고 동승자 우모(57)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4시25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올림픽도로에서 강일IC 방면으로 가던 그랜저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 송모(26)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20여 건의 빙판길 사고가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다.
빙판길 낙상사고도 많았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충북 충주시에서 출근길 시민이 빙판에 넘어져 다쳤다는 신고가 119구급대에 접수되기 시작해 낙상사고가 줄을 이었다.
2일 오후 2시 50분께 전북 정읍시 칠보면의 한 마을회관에서는 김모(73·여)씨가 마을회관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져 부상했다.
이어 오후 10시50분께는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한 공업사 앞에서 송모(52)씨가 미끄러진 승용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깨지고 터지고…동파사고 급증=혹독한 추위에 동파사고가 크게 늘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전날 2일 오후 5시부터 3일 오전까지 서울지역에서만 108건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신고됐다. 이틀째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인천시도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4도까지 떨어지며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모두 45건의 계량기 동파신고가 접수됐다.
닷새째 한파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북부지역에서도 밤사이 모두 19건이 접수됐다. 전북·강원·충남에서도 각각 30건, 17건, 15건이 신고됐다. 덕분에 자치단체들은 비상급수에 진땀을 흘렸다.
▶‘어쩌나…’안타까운 사고사=2일 오전에는 혹한의 날씨에 인적이 드문 서울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47세 노숙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혹한을 피하기 위해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던 A씨는 최근 폭설과 혹한에 폐지를 찾을 수가 없어 쪽방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4시50분께 충북 옥천군 대청호 썰매장에서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트랙터로 눈을 치우던 A(57)씨가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물에 빠져 숨졌다.
주민 B(57)씨는 “안터마을에서 마련한 ‘겨울문화체험장’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얼음판으로 들어간 A씨가 갑자기 얼음이 깨지면서 트랙터와 함께 얼음판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추위 녹이려다 그만…’=맹추위를 피하려는 급한 마음에 화재도 잇따랐다. 3일 오전에는 전남 영광의 한 세차장에서 한파에 얼어버린 세척기를 녹이려다가 불이 나 업주 이모(33)씨가 연기를 마시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다.
2일 오후 8시40분께 충북 청원군 남이면 이모(35)씨의 주택에서 화재가 났다. 이날 불은 날씨가 추워지자 화목 보일러에 땔감을 넣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이날 오전 9시에는 관악역에서 석수역 방향으로 출발하려던 1호선 열차가 추운 날씨에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900여 명은 뒤따라오던 열차로 갈아탔지만, 이 열차마저 선로 전환기 고장으로 속도를 내지 못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전국을 앓게 한 이번 맹추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4일에도 한파가 이어져 전국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4~6도에 머무는 등 당분간 평년보다 추운 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