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 ‘로봇 앤 프랭크’ 치매노인과의 우정다룬 버디무비 김지운 감독의 ‘인류멸망보고서’ 스님이 된 로봇통해 깨달음 전파

결국 영화속 로봇은 인간의 성찰 일깨우는 ‘타자’

만약 로봇이 생긴다면 당신은 무슨 일을 시키고 싶으신지?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 같은 집안일? 당신을 매일 괴롭히는 회사의 업무? 외로운 자신을 위한 말동무? 아니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 하지만 조심하시라. 신이 창조했다는 인간이 신을 부정하고 신의 영역에 도전한 것처럼 로봇도 창조주인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영화 속 로봇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가사를 도와주는 기계인간부터 인간과 벗이 돼 대화하고 우정을 나누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인간에 총을 겨눈 적으로도 등장하고,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로봇’이란 보통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기계장치를 통칭하지만, 영화 속에선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를 뜻할 때가 많다. ‘휴머노이드’는 로봇 중에서도 인간과 거의 흡사한 골격을 갖고 있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인간과 유사한 행동 및 반응을 보여주는 기계장치다. 여기에 더해 피부나 근육까지도 갖춰 인간과 더 흡사한 존재는 ‘안드로이드’라고 할 수 있다. ‘사이보그’는 보통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인간을 뜻한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장 흥행에 성공한 로봇 영화인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인간의 창조물이 아닌 외계 종족으로서 로봇이 주인공이다. 단순한 선악 구도의 이 영화는 외계에서 온 착한 로봇과 악한 로봇이 지구의 운명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 줄기다.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로봇, 인간에 반란을 일으킨 기계생명체의 이야기는 ‘터미네이터’의 소재이기도 하다.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을 영화화한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도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이 작품에는 거의 모든 로봇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로봇의 행동 규율도 들어있다. 그것은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상위의 원칙이며 순서대로 “사람의 명령에 복종한다”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로 이어진다. 이 원칙이 무너질 경우 로봇은 인류 재앙의 근원이 된다.

로봇을 동원한 인류의 전쟁이나 인간 대 로봇의 전쟁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선호하는 소재일 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지금의 30~40대들은 ‘로보트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 ‘철인28호’ ‘건담’ ‘에반겔리온’ 등 수많은 로봇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고,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의 흥행을 이끈 주관객층이 됐다.

조금 다른 로봇 이야기들도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미국영화 ‘로봇 앤 프랭크’는 한 노인과 로봇의 우정을 다룬 독특한 로봇영화이자 ‘버디무비’다. 과거 전설적인 도둑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해 홀로 무료한 일상을 사는, 무기력한 노인 프랭크(프랭크 란젤라 분). 치매기마저 있는 그에게 어느날 아들이 가사와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최신 로봇을 선물한다. 마지 못해 로봇과 동거하게 된 프랭크는 티격태격하던 끝에 둘이 함께 도둑질을 모의하기에 이른다. 로봇은 “치매예방에 좋다”며 도둑질에 동의한다. 이 영화는 외롭게 살던 프랭크가 인간보다 더한 우애를 로봇으로부터 느끼는 과정이 그려진다. 로봇 스스로도 “나는 로봇일 뿐,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프랭크는 “로봇은 노예가 아니다. 껐다 켰다 하지 마라”라며 주위에 항변한다. 재치 있는 유머가 돋보이는 코미디영화지만, 노년과 생명에 관한 가슴 찡한 통찰과 감동도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개봉했던 한국의 옴니버스 SF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중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도 로봇영화 사상 가장 독창적인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작품에선 허드렛일을 시키고자 사찰에 들여온 로봇이 인간 이상의 깨달음을 얻어 ‘인명스님’이라는 법명까지 얻고 중생들을 교화하게 된다. 로봇회사에선 이를 알고 규율 위반이자, ‘기계 오류’라며 로봇을 폐기하려 한다. 로봇은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라고 묻고, “인간들이여 당신들도 태어날 때 부터 깨달음은 당신들 안에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이라고 가르침을 전한다. 스필버그 감독의 수작 ‘A.I’에선 로봇으로 창조된 한 소년을 통해 진정한 ‘인간 되기’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결국 영화 속 로봇이란 인간 스스로의 존재와 생명을 성찰하게 하는 ‘타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