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7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공약 중 하나다.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지원하거나, 재벌 총수 일가가 편법적으로 재산을 상속ㆍ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동안 1% 안팎의 소수의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들이 순환출자를 활용해 부실 계열사 지원이나 경영권 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동양그룹의 경우 동양ㆍ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를 중심축으로 17개의 순환출자고리가 이어져 있어 급속한 부실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라그룹 역시 한라건설이 부실해지자 만도가 자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 자회사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순환출자를 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2008년 이후 신규 순환출자를 발생시킨 20건의 출자를 분석한 결과, 부실계열사 자금지원(8건), 편법적 상속ㆍ증여(3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자금 지원과 편법적 상속·증여를 위한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기업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규순환출자금지 등 최근 입법은 ‘지배권 남용 가능성’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기업 행위가 규제되고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한 방어나 신성장산업 출자 등은 예외 규정에서 빠져 있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동섭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순환출자의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면 삼성, 현대차그룹 등 해당 기업들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