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장장 66일간의 이동통신사 영업정지가 13일로 종료됐다. 이통3사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 경쟁이 빚은 영업정지였다. 이통사들은 일벌백계로 삼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66일간 이동통신 시장은 무법천지였다.

불법적인 보조금 지급은 여전했고 계열사를 통한 우회영업 의혹이 일었다. 전산장애와 폭로성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고객을 뺏기면 패널티를 준다는 엄포가 난무했고 사기성 불법 TM이 창궐했다. 과잉 보조금 탓에 1000원짜리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마당에 제값내고 사면 ‘호구’와 ‘고객’을 합친 ‘호갱님’으로 조롱감이 됐다. 이통사 입장에서 영업 ‘빙하기’가 점쳐졌지만 1~2월 번호이동 건수는 하루평균 3만6000건을 넘어서 방통위가 시장 과열의 기준으로 보는 2만4000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난투극의 원인 제공자로 ‘식물 방통위’가 지목됐다.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로는 물고 뜯는 야수들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표류하며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조직 및 역할 분담이 초미의 관심이란 점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첨예하게 굴러가는, 그것도 국민 권익과 직결된 현안에 대한 방관은 심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에서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한다고 하지만 사후약방문이고 그마저도 약발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누군가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면 경쟁사들은 가입자 유지를 위해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개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전투구에 오죽하면 이용자들 사이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스마트폰 가격을 낮춰주는 보조금을 왜 규제하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올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핵심은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비현실적인 보조금 정책과 효과없는 규제만 남발해봤자 이통사들의 출혈과 ‘호갱님’들의 피해만 늘 뿐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보조금 문제는 10년 넘게 논쟁만 이어질 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3년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을 일몰법으로 만들었고 2006년에는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비판에 따라 18개월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2010년 방통위가 제정한 ‘마케팅비 규제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부활한 보조금은 대당 27만원 이상 지급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돼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규제와 폐지, 또다시 규제가 반복됐지만 방통위가 칼을 빼들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돌아서면 무시하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 상승과 이통망 발달,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때문 아닐까. 뒤늦게라도 방통위가 27만원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의 적정성 연구에 돌입한 것은 다행이다. 통신 정책과 관련해 규제는 방통위로, 진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눈 가운데 보조금 문제에 대한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