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史 위대한 걸음 내딛은 美 링컨 대통령의 소통 리더십 그려
새 정치에 대한 열망 강한 대한민국 ‘광해’ 이어 ‘링컨’에 열광할지 주목
영화 ‘광해’가 상처받은 민심을 보듬는 군주상을 보여줬다면, ‘링컨’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인류의 진보를 이뤄낸 지도자상을 구현했다. 19세기 세계 민주주의사의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딘 미국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이 새 지도자를 맞아 5년을 보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 관객의 마음과 뜨겁게 조우할 수 있을까.
14일 개봉하는 세계적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이 남다른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병헌이 주연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황폐해진 백성의 삶을 헤아리고, 금권과 결탁한 부패한 관료 및 기득권층과 싸우는 지도자상을 보여주며 1231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개봉 당시 정치적 혼돈이 인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견줘 ‘링컨’은 민주주의 시대, 최고지도자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 역사 인식이 한 나라뿐 아니라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광해’ 개봉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재임 중 완전한 노예제도 철폐를 이루기까지의 1년여간을 집중적으로 그린 영화다. 4년째 접어든 남북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러 국민 사이에서 종전에 대한 요구가 드높은 1865년. 재선에 성공한 링컨 대통령(대니얼 데이 루이스 분)은 ‘종전이냐, 노예 해방이냐’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링컨은 전쟁이 끝나기 전 노예제 철폐를 실현하고자 이를 골자로 하는 헌법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여당인 공화당조차 의견이 갈리고, 민주당은 “노예제에 대한 정치 논쟁을 끝내고 정부는 당장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링컨이 인류 진보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협상과 타협을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고 마침내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노예제 철폐를 이뤄가는 과정을 그려간다.
노예제 철폐는 단지 동시대뿐 아니라 미래에 태어날 수많은 이들을 불평등의 사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링컨을 통해 민주주의 시대 지도자의 덕목을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해와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인간 존엄성의 실현 및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진보에 대한 신념, 당대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역사가 부여한 소명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영화는 일깨운다.
아울러 민주당 반대파 의원을 한 명씩 잡고 집요하게 설득하고 회유해가는 링컨과 의회 내 공화-민주 양당의 논쟁을 통해 영화는 민주주의가 ‘이상’이고 ‘신념’일 뿐 아니라 협상과 타협의 ‘기술’이자 ‘과정’이고 ‘제도’임을 보여준다.
야당의 공세와 정치적 압박에도 끝까지 품격과 유머, 인간미를 잃지 않는 링컨의 얼굴은, ‘위기 상황’이라는 엄포 속에 무섭도록 굳은 표정을 하고 대국민 담화에 나섰던 한국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9세기의 미국 정치사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지만, 출범 초기부터 ‘불통’ ‘역사퇴행’ ‘일방통행’이라는 비난에 휩싸인 우리 새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참 많은 작품이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