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 앞둔 ‘좋아서하는밴드’

거리서 노래하고 돈받는 ‘버스킹’ 한국서 성공적으로 개척한 선구자 입소문에 미니앨범 2만장 돌풍

“우린 음악 만들어 파는 작은 기업 배고팠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

길거리에서 오가는 대중을 상대로 거리 공연을 벌이는 아티스트들은 많았다. 그러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돈을 받는 버스킹(Busking)은 대중에게도 아티스트들에게도 낯설었다. 대중은 거리에 흔하게 울려퍼지는 음악에 대가를 지불하는 일을 난감해했고, 아티스트들은 ‘신성한’ 예술을 펼치며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를 겸연쩍게 여겼다.

지난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좋아서하는밴드’는 ‘예술은 배고픈 것’이란 이상한 공식이 도식화된 이 땅에서 성공적으로 버스킹을 개척한 선구자였다. 대학가요제 금상 출신 조준호(퍼커션), 그의 대학동기인 손현(기타)을 중심으로 백가영(베이스), 안복진(아코디언) 등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5년간 버스킹으로 어쿠스틱 음악을 연주하며 전국의 거리를 누볐다. 이들이 데뷔 후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발표하며 더 많은 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준호는 “거리 공연에 집중하느라 정규앨범을 낼 생각은 없었는데 그 사이 쌓인 자작곡이 많았다”며 “멤버 모두 싱어송라이터인 만큼 버스킹으로 들려주지 못한 음악을 앨범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뒤늦은 앨범 발매 배경을 전했다.

좋아서하는밴드는 버스킹만으로 정규앨범 이전에 발매한 미니앨범의 판매고를 2만장이나 올리며 침체된 음반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 같은 돌풍의 중심엔 좋은 음악이 있었다. 생활에 밀착한 소박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은 선율에 담아낸 이들의 음악은 입소문만으로 생명력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버스킹의 소박함을 세련시킨 곡들로 알찬 이들의 정규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인디음악 전문차트인 인디고 차트에서 1위(2월 상반기)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데뷔 5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좋아서하는밴드’의 벰버들. 왼쪽부터 손현·안복진·백가영·조준호.    [사진제공=소니뮤직]
데뷔 5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좋아서하는밴드’의 벰버들. 왼쪽부터 손현·안복진·백가영·조준호. [사진제공=소니뮤직]

좋아서하는밴드가 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들은 놀랍도록 확고한 직업의식과 음악적 철학을 드러냈다. 이들은 먼저 거리 공연을 ‘봉사’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통념에 일침을 놓았다.

조준호는 “공연장을 빌려 노래를 부르면 남는 수입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공연장보다 거리 공연 수입이 더 좋기 때문에 거리에 선다”고 강조했다. 손현은 “대중음악은 대중을 만족시켜 수입을 얻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상품이고, 우린 대중음악을 하는 밴드”라며 “우린 밴드를 음악을 만들어 파는 하나의 작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백가영은 “우린 좋아서 밴드를 하지만 배고픈 밴드를 하고 싶진 않다”며 “배고팠으면 벌써 포기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좋아서하는밴드는 정규앨범 발표 기념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다. 오는 17일 대전 충남대 백마홀을 시작으로 23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30일 서울 KT&G 상상아트홀까지 투어를 이어간다. 번듯한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투어이지만, 투어 이후에도 이들의 거리 공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들은 “가늘고 길게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며 “거창한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고 싶진 않다.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좋아서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