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현왕후의 남자’ 보다 앞서 기획된 작품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것뿐이죠. 더욱 다양한 것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4월 방영된 케이블채널 tvN ‘인현왕후의 남자’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의 말이다.
당시 ‘인현왕후의 남자’의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이라는 작품을 내놨다. 이 드라마 역시 타임 슬립이라는 소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한층 업그레이드 된 SF활극이라고 소개할 만큼 차별화를 뒀다.
특히 ‘인현왕후의 남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역동성’. 전작이 로맨틱 코미디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했다면 ‘나인’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구성 아래 예측할 수 없는 위기와 복잡한 갈등 구조를 내세웠다. 아울러 주인공 박선우(이진욱 분)가 당도한 시간대는 1992년. 운명과 세월의 힘 앞에 모든 것을 잃고 무릎 꿇어야 하는 남자가 후회스러운 사건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총 20부작 중 현재 8부까지 촬영이 진행됐고, 14부까지의 대본이 이미 탈고 된 상태다. 지난 5일 ‘나인’의 제작발표회에서 송재정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나인’은 3년 전 처음 기획한 타임 슬립 드라마다. 늦어진 이유는 현재에서 근 과거로 가는 이야기들이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해 많이 등장해서 ‘독창적인 길을 갈 수 있을까’, ‘겹치지 않게 완성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을 했다. 그런 중에 ‘인현왕후의 남자’가 나오게 됐다. 그 작품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나인’의 2회는 ‘인현왕후의 남자’ 제작 기간 중에 나왔으니, 두 작품이 동시에 만들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인현왕후의 남자’와 다른 점은?
“‘나인’ 역시 타임 슬립이 주가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이야기가 달콤하게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여행의 향방에 따라 스펙터클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인현왕후의 남자’ 보다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극의 중반부터는 멜로도 등장한다.”
#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향초 9개다. 어떤 의미인가?
“앞서 ‘인현왕후의 남자’는 로맨스가 중심이었다. 그래서 단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적을 선택했다. 이번 작품에서 차용한 향은, 향초가 타는 시간 약 30분 정도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설정했다. 그것도 9번. ‘인현왕후의 남자’ 보다 더 초조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속된 말로 ‘똥줄 탄다’는 표현이 맞겠다(웃음). 또 다른 의미는 향의 연기가 다 타오르면, 향초 역시 타버리 듯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 그렇다면, ‘인현왕후의 남자’의 부적과 향의 차별화된 포인트는?
“부적은 ‘충직한 개’라고 표현할 만큼 말을 잘 들었다. 하지만 향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가 터진다. ‘나인’의 타임머신의 의미는 ‘인현왕후의 남자’와 다르다. 전체적으로 공포스러운 느낌이다. 때문에 향은 ‘무서운 물건’으로 쓰이고 긴장감, 박진감이 강하다. 향은 ‘판도라의 상자’로 대변,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이 생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빠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소한 판단의 오차에도 엄청난 일이 일어나니까. 아마 그런 면에서 ‘나비효과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든다.
“보시면 무겁다는 생각은 안들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4, 5부가 지나야 한다. 무서움 보다 박진감, 긴장감이 크다는 말이 맞다. 박선우라는 인물이 유머러스하고, 조윤희 역시 쾌활한 성격이기 때문에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 ‘타임 슬립’을 고집하는 이유는?
“요즘 사랑은 접근하기도 쉽고, 많은 것들이 용인되는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극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과거 회상, 혹은 사극이 필요한데 그건 내키지 않았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악인이 필요한데, 악인을 잘 묘사하는 재능이 없어 ‘타임 슬립’을 선택하게 됐다. 삼각관계, 악인의 등장 없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 극중 주인공이 실제 커플로 발전한 ‘인현왕후의 남자’. 이번 ‘나인’의 ‘케미(Chemistry,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는?
“우선 거의 첫 장면이 키스신이다. 완성된 장면을 봤는데 ‘좋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이진욱과 조윤희 모두 마른 몸매와 선명한 이목구비가 비슷해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비슷한 점이 많은 남녀의 사랑, ‘인현왕후의 남자’와는 대조적인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
‘나인’은 박선우가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으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낸다. 이진욱과 조윤희(주민영 역), 전노민(박정우 역), 박형식(어린시절 선우 역) 등이 열연을 펼치며 오는 11일 오후 11시 베일을 벗는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 hajin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