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카드는 그나마 내수부양뿐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인플레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정밀하면서도 신축성 있는 금리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혹 떼러 갔다, 혹 붙인 격이다.

전주말 미국 워싱턴DC에 모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들은 ‘디플레 탈피’를 위한 일본은행(BOJ)의 무차별 엔화 살포를 사실상 공인(公認)해줬다. 의도적인 엔화약세가 글로벌 환율전쟁과 자산버블을 촉발할 것이란 우리 정부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G3는 물론, 아시아 신흥국의 손익 계산을 오판한 결과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번 G20 회의가 ‘1달러=100엔’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최고 120엔 선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해야 하는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제품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엔화약세 뒤에 숨어 있는 달러화 강세도 우리 경제엔 득보다 실이 많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 대미수출이 급증하기 전까지는 달러강세가 조성하는 원자재 가격 약세로 인해 국내 산업재와 소재 업종의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모두 국내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산업이어서 박근혜 정부가 공들이는 일자리 창출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아베 정부와 한판 환율전쟁을 벌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카드는 그나마 내수부양뿐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인플레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정밀하면서도 신축성 있는 금리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684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부동산 불패’ 신화는 이미 끝이 났다. 베이비부머의 80%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20%에 달한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처분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수백만채가 잠재 매물로 대기 중인 셈이다. 여기에다 최근 집값 급락으로 수도권에 ‘불 꺼진 빈집’도 늘비하다.

지난 2004~2007년 집값 급등기에 옭아맸던 재건축 규제를 과감히 풀고,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려도 부동산에 거품이 낄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표를 의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물가상승률+@’수준의 집값 상승을 용인해줘야 한다. 그래야 8억원짜리 강남 전용 84㎡ 아파트에 전세 사는, 능력 있는 주택 대기 매수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나온다. 거래가 살아나면, 20조원의 ‘마중물’ 없이도 ‘돈맥 경화’가 해소되고, 내수 경기도 자연스레 살아난다. 정부 지원 없이도 ‘하우스 푸어’나 ‘베이비부머’의 불안한 노후문제도 해결된다.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6억원이니, 85㎡니’하며 너저분한 조건을 붙여서는 화끈한 부양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투기꾼들은 지난 2007년 부동산 투기 광풍의 정점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이미 시장을 떴다. 지금 고통받고 있는 하우스 푸어들은 치솟는 집값에 등골 휘다, 빚내서 끝물에 올라탄 서민들이다.

전 세계는 지금 장기 불황 타개를 위해 거품 물고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머뭇거리다간 실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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