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실채권 증가 리스크 상승” 1999년 이후 첫 하향조정 조치 ‘섀도 금융’ 위험성 고조 경고도

일부선 ‘피치 음모론’ 시각 대두 “발전도상국가 이익 희생 역기능”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금융 리스크 상승 등을 반영해 중국의 위안화표시 채권 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중국의 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조정 폭이 크지 않아 중국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일각에선 이번 피치의 조치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음모론적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피치, 위안화 채권 한 단계 강등=피치가 지난 9일 중국의 장기 위안화표시 채권 등급을 A+에서 AA-로 하향조정했다. 피치는 낮은 평균 소득, 급속한 신용 팽창, 뒤떨어지는 정부 수준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 등을 문제 삼았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가 중국의 채권 등급을 강등한 건 1999년 후 처음이다.

다만 피치는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인 외화표시 신용 등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조387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고려해 종전대로 ‘A+’로 유지했다.

피치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비율이 높고 유사 금융인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위험도 커져 중앙정부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금융 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5.7%에 달한다. 이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부실 대출 문제는 지난 2009년 이후 본격화했다. 중국 국영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막대한 대출을 실시, 경기 진작을 지원했다. 그러나 과도한 신용 급증으로 집값 버블과 지방정부 재정건전성 취약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GDP 대비 25.1%까지 늘어났다.

특히 피치는 그림자금융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림자금융 확대로 중국의 총 신용이 2008년 GDP의 125%에서 지난해 말 198%까지 늘어났다고 추정했다.

피치는 “중국이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을 이어왔지만 이 같은 모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며 “그렇다고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할 경우 중국 경제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음모론 시각도 대두=이 같은 피치의 결정에 중국 학계나 금융기관들은 예견된 것으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피치의 이번 등급 강등 조치에 뭔가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앤디 셰(謝國忠) 전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차이징(財經)에서 “조정 폭이 한 등급에 그쳤다”면서 “중국 국채 시장의 개방 정도도 높지 않아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관련 감독기관들은 향후 금융 리스크 여부를 더욱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바수쑹(巴曙松)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피치는 올 초부터 신용 강등의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놀라지는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상승 기세인 위안화 환율 조정의 핑곗거리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정취안스바오(證券時報)는 “피치는 그동안 중국을 좋게 보지 않아 왔다”면서 “사실상 미국과 유럽 자본이 통제하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신용 등급 하향조정 등을 통해 발전도상국가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