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은 살생부에 애플을 올리고, 미국은 화웨이를 견제한다. 중국의 국부펀드 사장은 “미국은 우리 돈을 싫어한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미국과 중국 세계 양대 강대국의 ‘주거니받거니’식 보복성 공방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매년 3월 15일은 중국에선 ‘소비자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중국 관영 CCTV는 중국 내 유명 기업들의 부패상과 불량제품을 고발하고 파헤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소비자 특별행동’을 방송한다.

올해는 애플이 철퇴를 맞았다. 중국 법은 공산품 보증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애플이 이를 무시하고 1년밖에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하자 있는 제품조차 교환해주지 않은 건 물론 수리비에 바가지까지 씌웠다고 고발했다.

이후 다른 관영 매체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애플 때리기가 시작됐다. 중국 상무부까지 외국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거들자 그동안 꿈쩍도 안 했던 애플이 마침내 굴복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어로 된 사과문을 중국 웹사이트에 올렸다. 애플 제품에 대한 중국 내 보증 정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업계는 이 같은 중국의 인해전술식 애플 때리기에 대해 뭔가 다른 배경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의회가 올해 연방정부의 중국산 정보기술(IT)제품 구매를 금지하는 조항을 예산법안에 넣어버리자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연히 중국의 심사가 뒤틀렸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의 가오시칭(高西慶) 사장이 나섰다.

그는 지난 7일 중국 하이난(海南) 성 보아오(博鰲)에서 개막한 ‘보아오 포럼’에서 “금융위기 때는 중국은 미국에서 일종의 환영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 오명이 씌워졌다”면서 “미국은 여러 차례 우리에게 ‘저리 가라(go away)’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미국이 안면을 바꿔 중국을 대놓고 문전박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양국 간 공방전의 도화선은 지난 2월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가 최근 상원 군사위에 제출한 보고서다.

맨디언트는 지난 10년간 미국 내 140개 민간기업, 다양한 연방정부기관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도 다른 나라처럼 해커들의 중대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며 중국이 당한 외국발 해킹 공격의 절반 이상이 미국이 주도한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미 의회가 중심이 돼서 미국 기업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중국 IT기업의 미국 내 사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등 중국의 주요 IT기업의 해외 사업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미ㆍ중 양국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양국 간 교역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입는 것은 양국 기업들”이라면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