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리처드 시계·지미추 구두… 전세계 노출될 사진 한컷 위해 할리우드 스타들에 ‘선물꾸러미’

보라보라 섬의 고급 리조트 8박 9일 숙박권과 6000달러짜리 진 리처드 시계, 지미 추의 구두와 가방, 블루라브 청바지, 파스칼 피브토의 가죽제품, 파디나의 유기농 눈화장 제품, 스파클링 힐 리조트 4박 5일 숙식권, 르네의 보석액세서리, 골드콜라겐의 스킨케어 제품, 벨베데레 보드카, 에실로 선글라스 등등.

당신이 키아누 리브스나 니콜 키드먼쯤 되는 할리우드 스타라면 영화제 기간 동안 프랑스 칸의 해안가에 들어선 고급 호텔을 방문했을 때 ‘공짜로’ 챙길 수 있는 선물의 목록이다. 각각 최소 수천달러에 상당하는 고가의 상품들이다. 그 대가로 당신에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다.

실제로 키아누 리브스는 칸의 고급호텔인 칼튼의 쇼룸에 들러 6000달러짜리 시계를 챙겨갔고, 중국의 미녀스타 판빙빙은 패션브랜드 지미 추로부터 가방과 구두를 받았다. ‘전격Z작전’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핫셀호프와 미국의 팝스타 출신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바쁜 일정을 쪼개 방명록에 이름을 올리고 수북한 선물꾸러미를 손에 들었다.

지난 15일 개막해 반환점을 돌아 26일 폐막을 향해가는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브랜드의 마케팅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칸은 이제 세계 최고의 영화축제의 이름을 넘어 거대한 ‘광고ㆍ마케팅의 전쟁터’가 됐다. 10여일 계속되는 영화제가 창출하는 마케팅 효과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메이저리그 및 프로풋볼리그 결승전(슈퍼볼)의 TV광고를 훌쩍 뛰어넘는다.

칸에서의 광고와 마케팅은 ‘협찬 전쟁’이다. 메인 게임은 공식 파트너십. 현재 총 4단계가 있으며 로레알과 쇼파드 및 한국의 LG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파트너십인 공식 스폰서가 15개사, 공식공급업체가 4개사, 기술 파트너 부문이 8개사, 제휴 단체가 11개에 이른다. 이들이 칸국제영화제의 예산 300억원의 절반을 부담한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것은 공식 부문이 아닌 스타배우들을 통한 ‘장외의 협찬 전쟁’이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레드카펫’ 위의 스타배우들에게 의상과 보석, 장신구를 대여하고 전 세계 매체에 전송되는 사진에 찍히기 위해 뜨거운 로비전을 벌인다. 일부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칸 현지에 고급호텔 객실을 빌려 쇼룸을 마련하고 행사 직전 마음을 바꾼 스타들이 새 드레스를 얼른 갈아입을 수 있도록 50~60벌의 의상을 비치해 놓는다.

패션 브랜드의 전통적인 협찬전쟁에 이어 최근에 더욱 확장일로인 마케팅 전략은 ‘기프팅 스위트(gifting suite)’라고 불리는 선물공세와 행사 협찬이다. 패션ㆍ뷰티 브랜드는 물론, 보드카, 리조트에서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브랜드가 칸의 고급 호텔 객실을 차지하고 이곳에 들르는 스타들에게 선물을 증정한다. 브랜드가 노출된 스타의 사진 한 컷을 위해서다.

미국에서 먼저 발달한 방식으로 이 선물꾸러미를 ‘할리우드 부두아(Boudoir)’라고 부른다. DPA와 GBK 등 이를 전문으로 하는 광고회사도 있다. 각 사별로 수십개의 브랜드를 칸에 불러온다. 이와 함께 초청작의 리셉션이나 간담회 등 행사를 후원하는 방식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는 자동차 기업 렉서스가 팀 버튼 감독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대담을 후원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영화예술 축제보다는 ‘거대한 쇼윈도’ ‘마케팅의 전쟁터’ ‘레드카펫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조롱 섞인 평에 이를 데까지 왜 기업들은 칸영화제 협찬 전쟁에 뛰어들까. 한 마디로 “TV나 지면광고보다 비용은 싸고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얻는 막대한 효과와 더불어 상품에 따라 실제 매출도 5~25%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