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사진이지만 너무 사진스럽지 않게, 그림이지만 너무 그림스럽지 않게.
작가 유현미(48)가 작업에 임하며 세운 원칙이다. 사진과 회화를 아우르는 독특한 작업을 펼쳐온 유현미는 이렇듯 경계에 선 듯, 매우 모호하며 기이한 작품을 만든다. 그가 일우스페이스와 트렁크갤러리에서 동시에 개인전을 열고 있다.
공간 자체를 물감으로 채색한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사진과 회화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온 유현미는 공(球)을 이용한 최근작을 선보이고 있다.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전시는 지난 2011년 한진그룹 일우재단이 운영하는 ‘제3회 일우사진상’의 출판부문 선정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코스모스’라는 타이틀로 오는 7월3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주제에 걸맞게 공, 깨진 거울조각, 돌, 테이블 등 일상물품을 활용해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사진 20여점이 나왔다. 둥근 공은 우주를 맴도는 행성을, 깨진 거울조각은 우주의 빅뱅을 은유한다. 유현미는 “내 작업실이 하나의 소우주라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유현미는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 독일 하체칸츠(Hatje Cantz)에서 작품집을 펴냈다. 작품집 서문을 쓴 베를린 사진박물관의 마티아스 하더 수석큐레이터는 “유현미의 작품 이미지는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무게가 없는 듯한 기묘한 물체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 나타난 모든 오브제들은 마치 꿈 속에 있는 것처럼 등장하고, 동시에 상상과 실재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하나가 된다”고 평했다.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서는 ‘코스모스 인 코스모스’라는 제목으로 오는 6월 4일까지 전시를 연다. 이 전시에는 우주의 혼돈과정,즉 카오스에서 건져올린 듯한 이미지를 담은 작품들이 나왔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테이프, 모래시계, 공, 쓰레기봉투 등의 오브제로 행성이나 우주선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발상이 흥미롭다.
트렁크갤러리 박영숙 대표는 “유현미는 주변의 일상적 사물을 통해 21세기의 우주질서와 그 미래 세계를 사유한다. 새로운 우주를 만들고 그곳으로 우리를 초대한다”고 했다. 02-753-6502(일우스페이스), 02-3210-1233(트렁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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