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생사를 가르는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같은 혈관이라도 복부대동맥류나 하지정맥류 같은 말초혈관질환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함에 따라 이런 말초혈관질환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의사들조차 혈관질환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45)는 국내에 아직 생소한 혈관이식외과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파열복부대동맥류 혈관내 치료 성공을 학회에 보고하고, 혈관질환 유병률 조사에 착수하는 등 혈관치료와 관련해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김장용 교수는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을 비롯해 수많은 국내 장기이식의 역사를 쓴 서울성모병원이 2012년에 전략적으로 영입할 정도로 ‘실력으로 검증된’ 의사다.

“한국의 노인 인구는 2013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해 고령자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2012년 고령자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노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질환,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장질환으로 2, 3위 모두가 혈관과 관련된 질환이예요. 하지만 고령인구를 포함해 국민 대다수가 혈관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준비나 예방이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말초혈관질환은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거나 다리절단 등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혈관이식외과가 개설된 병원을 서둘러 찾아야 합니다.”

김 교수가 혈관이식외과를 전공한 계기는 1969년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이식을 성공시킨 이용각 교수의 영향이 크다. 이 교수는 김 교수의 5촌 당숙이다. “어릴 때 외가댁에 가면 이용각 교수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국내에 혈관이식외과 분야를 처음 개척하신 분이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고 수술이 어렵고 힘들어보였지만 반대로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혈관을 다루는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용각 교수는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원장(84년~88년), 한국심장재단 이사장(98년~2004년)을 거쳐 인하대 의무부총장을 역임했는데 그 영향으로 인하대의대를 수석으로 들어갔다. 의대 졸업후 2001년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지난 2006년 혈관치료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피츠버그의대 연수를 거쳤다.

김 교수는 스포츠에도 일가견이 있다. 미세하고 고난이도의 수술이 많은 혈관이식외과의 특성상 의대와 수련의 시절 스트레스도 많아 시작한 운동이 ‘스키’다. 의대시절 김 교수는 스키부 동아리에 가입해 겨울에는 의대 선후배 10명이서 스키장 근처에서 합숙을 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배울 만큼 열정도 깊었다. 양지리조트에서 열린 인천배 스키시합에서 2등에 오르기도 할 정도로 ‘선수급’이다.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없어 스키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스키 합숙훈련을 통해 협동심, 인내심, 리더십을 배워 현재 타 진료과와의 협진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서로 이해하고 돕는 심정으로 이겨내고 있죠.”

교수로 임용된 이후 스키 말고 즐기고 있는 취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교수가 된 이후 더욱 무거워진 책임감이 들어 수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취미를 찾아 즐겨왔으며 최근에는 공터에서 취미용 ‘드론’을 하늘에 날리며 조종함으로써 쉬는 날에도 수술을 하기 위한 손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혈관질환 중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아 많은 환자들이 애를 먹는다. 김 교수는 “최근 혈관질환의 진단 방법이 간단해졌고 본인이 특별히 개발한 혈관질환 스크리닝 방법으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며 “기존의 수술적인 방법 뿐 아니라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 혈관내 치료가 혈관질환의 최적화된 치료로 자리잡았다”고강조했다.

혈관내 치료는 바늘이 혈관에 투입해 혈관내부를 촬영하면서 좁아지거나 커져서 동맥류가 된 부위에 풍선확장술 또는 스텐트 삽입술을 통해 혈관을 치료하는 최신 치료법이다. 대표적인 혈관질환 중 하나인 복부대동맥류는 평소에 거의 증상이 없다가 대동맥이 3cm 이상 커지면 파열로 인해 사망률이 50~90%에 달할만큼 위험성이 높아 즉시 치료받아야한다. 초음파를 통해 진단 가능하며, 병변의 위치나 모양에 따라 수술과 혈관내 치료가 가능하다. 다리동맥 폐색성질환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혈관질환 중 하나로 보통 허리디스크로 오인받아 많은 환자들이 허리쪽 수술이나 치료에만 집중하는데 증상이 특징적이고 발목동맥 팔동맥지수라는 간단한 신체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진단이 되면 복부대동맥류와 같이 병변이 상당히 진행되지 않는 이상 70~80%는 외과적 수술없이 혈관내 치료가 가능하다.

김 교수가 시행한 혈관내 치료는 지난 6년 동안 통산 1000여건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혈관내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는 즉시 수술로 전환해 높은 치료 성공률과 환자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혈관질환은 수도파이프가 시간이 지나면 녹슬 듯이 나이가 듦에 따라 증가하지만 최근에는 하지정맥류와 같이 나이를 불문하고 생활습관이나 직업에 따라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인 이상화 선수가 앓고 있어 유명해진 ‘하지정맥류’는 종아리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구불구불하게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특징이다. 이상화 선수처럼 하체 운동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 스튜어디스, 교사, 백화점 점원 등 오래 서 있는 직업종사자들이 주로 노출된다. 김 교수는 “하지정맥류 증상에 따라 가장 확실한 치료법인 수술방법과 병행으로 레이저에서 발생하는 고열을 이용해 기능을 상실한 정맥을 제거하는 고주파 치료가 최근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며 “기존 수술방법 보다 통증과 흉터가 작은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최근 진료를 하면서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요. 아버지께서는 인내심이 많아 항상 상대방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곤 했는데 이런 습관을 진료 현장에서 적용할 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는 앞으로도 더욱 정진해 환자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수술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