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울트라 컨테이너선(1만TEU급)’ 시대가 열린지 8년 만에 2만TEU급 ‘슈퍼 헤비급 컨테이너선’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피트 단위 컨테이너선 2만개를 한 배에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 덴마크 머스크(Maersk) 등 국제 메이저 선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면서 세계 시장의 트렌드도 ‘초대형화’로 굳어지는 추세다.
국내 조선사들은 ‘2만TEU급’시대에 대비한 생산 기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기술의 핵심은 연비 절감이다. 배가 커진 만큼 연비 효율성이 높은 이른바 ‘경제 속도’가 중시되고 있다.
▶초대형 컨선 열풍에 신바람 난 한국 조선=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현재 한국 조선업계의 독무대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은 1만8000TEU급으로, 지난 6일 중국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이 현대중공업과 수주계약을 체결한 1만84000TEU 5척과 2011년 머스크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해 오는 6월부터 인도할 1만8330TEU 20척이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중동 선사 UASC가 발주를 추진 중인 최대 2만TEU급 컨테이너선 5척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한국 조선사로 몰리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경쟁 상대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기는 역부족이다. CSCL 등 중국 선사들이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자국 조선사를 뒤로하고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이미 2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술 핵심은 ‘경제속도’…연비를 잡아라=초대형 컨테이너 시장의 핵심 기술은 연비 절감이다. 과거 컨테이너선의 크기가 1만TEU급 이하였을 때에는 이동 속도가 기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배의 크기가 커지고 실어 나르는 최대 물량이 늘어나면서 속도는 조금 낮추더라도 연비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에 운항 속도나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를 조절하는 자체 제작 ‘전자제어식(ME) 엔진’을 탑재한다. 또 자체 개발한 선박평형수(선박 운항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에 채워넣는 바닷물) 처리장치인 ‘에코밸러스트’를 장착하는 등 친환경 선박으로 제작해 연비 절감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건조중인 1만8330TEU급 컨테이너선 ‘트리플-E’에 선박 추진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인 ‘폐열회수장치(WHRS)’를 탑재했다. 또 ‘U’자 선형을 적용해 파도 저항을 최소화시키고 동시에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 수를 극대화시켰다. 프로펠러 역시 기포로 발생하는 공동 현상에 의한 부식을 최소화해 러더(Rudderㆍ방향타)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약 10%의 연료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물동량 회복 없이 배만 키우나?…‘경제성’ 우려 시각도=한편 선박의 초대형화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일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물동량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선박 크기만 키우면 자칫 물량을 채우지 못한 빈 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메이저들이 초대형 선박 발주에 주력하면 시장은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성 문제를 고려해봐야 한다. 배 규모는 늘렸는데 물량이 채워지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군소 선사들의 통폐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메이저 선사들의 초대형 선박 발주로 군소 선사들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배의 크기를 키워야 하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컨테이너해운 정보업체 Seaintel Maritime Analysis의 최고경영자 라스 젠슨(Lars Jensen)은 지난 3월 범태평양해운컨퍼런스에서 “기존의 선박을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결국은 정기선사들의 합병을 가져오고 고객 서비스 경쟁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2020년에는 세계 시장에서 10개 이하의 선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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