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에도 은행에서 동면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 유입 압박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ECB가 유럽 은행에 유동성을 대거 풀어왔음에도 기업 설비투자 확대 등 실물경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금이 다시 ECB에 대거 예치돼온 현실을 깨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외환시장이 드라기 발언 충격에 크게 출렁였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드라기의 발언이 유로화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2일(현지시간)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조달금리를 0.75%에서 0.5%로 인하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필요하다면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자세가 열려 있고,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CB가 유럽 은행에 유동성을 대거 풀어왔음에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이 다시 ECB에 대거 예치돼온 현실을 깨고자 마이너스 금리로 ‘보관료’를 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실제 지난 1일 기준 이런 예치 규모가 109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갈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음을 드라기가 예고한 것이다.
드라기 발언이 나오고 나서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가 장중 1% 이상 폭락하는 등 특히 환시장이 요동쳤다.
HSBC의 다라기 마허 선임 통화 전략가는 “드라기의 발언으로 유로 가치가 크게 동요했다”면서 “ECB가 ‘가보지 않은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가 ‘마음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드라기는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에 회의적이었으나, 유로 위기가 좀처럼 해소될 조짐이 없자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드라기가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작 실행이 쉽지 않아 ‘구두 경고’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RBC 캐피털마켓의 젠스 라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의 발언이 재무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장기 유동성을 조기 회수토록 유도함으로써 여신 경색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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