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ㆍ신동윤기자]“밤새 밥짓는 일이 쉽진 않지. 그래도 우리가 만든 밥 한 공기 뚝딱 비우는 손님들 보면 기운이 절로나. 요리하는 사람에게 그것보다 힘나는 일은 없어.”

새벽밥을 먹는 사람들. 밥심으로 고된 하루를 버티는 그들의 새벽밥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낮과 밤이 바뀐 하루를 보내지만, 자신들의 밥을 먹고 힘을 내는 사람들의 뒷모습 하나로 힘을 얻는다는 ‘새벽밥을 짓는 사람들’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은 켜진 불빛 하나 없이 적막한 주변 아파트 단지와 대조적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상인들의 시끌벅적한 흥정 소리를 뒤로 하고 시장 외곽으로 나가다 보면 조그만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밥집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바로 가락시장 상인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사람들이다.

지난 5일 오전 2시. 가락시장 북문 근처에 위차한 A 식당의 전화기는 쉴 틈없이 울렸다. 바로 가락시장 상인들의 새벽밥 주문 전화였다. 주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찌개들이 끓고 있었고 배달용 쟁반 위에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준비된 반찬 그릇들이 준비돼 있었다.

주방에서 완성된 찌개는 지체 없이 랩으로 포장돼 쟁반 위에 놓였다. 그리고 빈 그릇을 들고 급하게 들어온 배달부는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음식 쟁반을 대여섯개씩 겹쳐 들고 어딘가로 배달을 나갔다.

식당 주인인 박원호(57ㆍ가명) 씨는 “새벽 2시는 한창 밥이 나가는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 안에 위치한 여러 밥집들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24시간 영업하는 이들 밥집은 주간과 야간 2개조로 나눠 운영된다.

일반적인 식당들과 달리 이들 밥집의 피크 타임은 가락시장 상인들이 새벽 경매를 마치고 쉬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이다.

이들 식당의 메뉴는 5000원짜리 찌개류에서 8000원짜리 불고기백반, 각종 전골 등 안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메뉴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다. 집밥을 구경하기 힘든 까닭에 상인들은 일상적인 가정식을 선호한다.

시계 바늘이 오전 4시를 가리킬 때 까지 밥집에는 숨 돌릴 틈도 허용되지 않았다.

B 식당에서 밥을 짓는 김미순(51ㆍ여) 씨는 “하룻밤에 커피 서너잔을 마시지 않으면 피곤하고 졸려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말만 남긴채 바쁘게 밥을 펐다.

인근 밥집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문 밖 D 식당에서 일하는 오정현(64) 씨도 “상인들이 다들 비슷한 시간에 쉬기 때문에 주문이 밀린다”며 “화장실을 될 수 있으면 바쁠 때 안가려고 물도 안마신다”고 말했다.

배달원은 더 바쁘다. 북문 근처 E 식당에서 3년 째 배달을 하고 있는 강원태(52ㆍ가명) 씨는 “하루에 보통 40 곳 이상 배달을 한다”며 “바쁘게 오토바이를 타다보면 위험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그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작은 것에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김미순 씨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상인들이 음식 그릇을 싹 비우면 기분이 좋다. 밥 먹고 힘내서 상인들이 돈을 많이 벌면 좋겠다”며 말했다.

오전 5시 30분께, 밥집 종업원들은 새벽 배달 일을 정리하고 30분가량의 짧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오전 6시부터 다시 시작될 아침식사 배달시간 전에 잠깐 생긴 여유시간이다. 칼칼한 갈치찌개를 놓고 오정현 씨가 숟가락 마이크를 들었다. 오 씨는 “힘들 때 노래를 한 번씩 하면 기분이 풀린다”며 구성진 노래 한곡조를 뽑았다.

그는 “밥을 만드는 사람도, 밥을 먹고 일하는 사람도, 모두 희망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동반자가 아니겠냐”며 “서로가 있기에 오늘 하루도 부지런히 땀을 흘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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