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출구전략 로드맵 제시…충격파 확산
위안화 약세 핫머니 이탈 불가피 소비·제조업경기 부진 성장 ‘주춤’
“강한 외자흡인력…자본동요 없다” 中시장선 금융위기 가능성 일축
[베이징=박영서 특파원]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이 이르면 올 후반부터 양적완화(QE) 축소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신흥국 경제, 특히 중국 경제에 미칠 충격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중국 경제가 ‘양적완화 중단’이라는 파도를 이겨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자본시장 혼란에 빠지나=미국의 출구전략은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핫머니의 대량 이탈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위안화는 평가절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위안화 평가절상을 노리고 급격히 유입된 대량의 핫머니는 망설임 없이 중국을 떠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도 자금유출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핫머니가 한꺼번에 이탈하면 중국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그만큼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달러 유입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발표한 5월 신규 외국환평형기금은 668억6200만위안으로 전월 대비 77%나 줄어들었다. 이는 핫머니의 양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달 초부터 은행 간 금리인 ‘시보’까지 급등하면서 유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중국 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유동성을 급하게 끌어다 쓰고 있는 데다 미국의 출구전략 모색으로 외국인 자금도 빠르게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입비율이 높은 중국 경제의 특성상 유동성 긴축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성장둔화세=최근 들어 중국의 소비와 제조업 경기는 부진해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9.2% 증가하는 데 그쳤고, 5월 수출증가율도 1.0%에 불과했다.
경제예측기관들은 잇달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9일 HSBC는 올해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4%로 제시했다. 당초 각각 8.2%, 8.4%로 봤던 것에서 1%포인트 이상 내려잡은 것이다.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중국 정부의 개혁정책으로 성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노무라증권도 중국 경제전망의 하방 리스크가 상당히 커졌다면서 올 3분기에 7.4%로 둔화하고 4분기에는 7.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노무라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7.0% 아래로 하락할 확률이 30%라고 제시했다. 취약한 해외 수요 역시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고 지방정부의 막대한 채무와 그림자금융의 확대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는 둔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의 신용버블 우려와 12개월 연속 상승 중인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과도한 우려감은 금물=하지만 중국 경제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다른 신흥국가들에 비해 훨씬 크고 경제기조도 비교적 탄탄해 출구전략이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인민일보는 중국 증시의 거품이 많지 않아 주가 폭락의 우려가 적고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 핫머니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급격한 자금유출이 발생해도 충격은 치명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국제통화연구센터 쑨화위 주임은 “중국은 여전히 강한 외자흡인력을 가진 나라”라며 “비록 투기성 단기자금이 중국을 떠나고 있지만 장기 외국자본은 동요의 움직임이 없다”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