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가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쉼터’가 오히려 가출팸을 만들어 범행을 모의하는 장소로 악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0시 30분께 A(17) 군 등 가출 청소년 3명이 영등포구 당산동에 있는 교회에 들어가 노트북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을 받은 경력이 있는 A 군은 자신의 범죄경험을 다른 가출 청소년들에게 알려주면서 ‘가출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서울의 한 단기 쉼터에서 알게 된 뒤로 이들은 줄곧 함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다른 임시 쉼터에서 만난 중학생 3명까지 데려와 구성원을 늘렸다. 이들은 영등포와 강서, 경기 포천, 경북 부산 등 출신 지역도 다양했다.
지난 3월에 가출한 B(15) 군은 “배고프고 잘 곳도 없는데 돈까지 없으니까 혼자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친구를 만들려고 쉼터를 찾았다”며, “애초부터 2~3일만 있다 도망쳐 나올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 처럼 쉼터가 또다른 범죄를 모의하고 가출팸을 꾸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지만, 가출 청소년들을 일정기간 잡아둘 권한이 없는 쉼터로서는 이를 방지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시립 쉼터 관계자는 “1주일도 안돼 친구를 데리고 도망나가는 경우가 많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뭉치면 혼자보단 가출 생활이 나을 것’, ‘으레 범죄 경력을 말하는 영웅심리’ 때문에 가출 청소년들이 팸을 형성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이렇다보니 분위기를 주도하는 친구가 들어오면 쉼터에 온지 얼마 안된 친구도 같이 분위기에 휩쓸려 나간다”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쉼터를 이용한 친구들이 외부에서 연락을 다시 해 뭉쳐 나가는 부분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