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자식을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은 실로 지옥이었습니다. 현재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에 행복합니다.”

최근 중학생을 둔 어머니가 보낸 이 같은 내용의 감사편지가 서울 강서경찰서에 도착했다. 왕따를 당한 충격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던 아이, 교복을 입은 아이만 봐도 자지러지던 아이,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 죽고 싶다고 울먹이던 아이가 살아나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어머니가 A(13) 양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해 3월 학교 수련회가 있던 날이었다. 집을 나선 아이는 발을 절둑거리며 다시 들어왔다. A 양이 스스로 접지른 것이었다. 아이는 목놓아 울며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기 싫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았다.

A 양을 따돌린 건 B(13) 양 등 4명의 절친들이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사귄 친구들이었다.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적극적이어서 방송반 활동까지 하던 A양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학교가 시작할때부터 파할 때까지 이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렇게 지내기를 한 달, A 양은 갑자기 유령이 됐다. B 양 등 단짝 친구들은 A 양에게 한마디 말조차 걸어주지 않았으며, A 양이 다가가면 자리를 떴고 뒤에서 수근 거렸다. ′잘난척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는 A 양에게 지옥이 됐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위까지 열렸지만 A 양에 대한 따돌림은 더 심해졌다.

아이는 변해갔다. 말을 하지 않았으며,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이상한 행동도 보였다. 학교라는 말에 자지러졌고, 교복을 보면 소스라쳤다. 발작증세를 보이며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급기야 아이는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결국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 입원까지 하게 되는 위험한 상태가 됐다.

그러던 아이가 1년여만에 학교에 복학해 수업을 다시 들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더 이상 발작증세는 없었고, 대인기피증도 많이 사라졌다.

A 양이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된 데에는 주변의 노력이 컸다. 무엇보다 경찰의 도움이 컸다. 경찰은 아이의 돌발행동에 대비해 24시간 감시 체제를 운영했다. 구청, 교육청소방서들 유관기관과 함께 긴급간담회까지 열었다. A 양이 좋아하던 2AM 소속사에 연락해 친필 싸인이 담긴 CD를 A 양에게 전달하기도 했고, 교복에 대한 공포심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