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진국 자금이 이탈하게 되면 그간 자금이 많이 들어왔던 신흥국 채권시장이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아니 논란이 한창이다. 논의는 해당 국가가 하는 것이지만 논란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 국가의 출구전략이 세계적으로 미치는 파장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양적완화의 시작국 미국이 출구전략도 먼저 만지기 시작했다.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와 출구전략 사이에서 파열음마저 들린다.
물론 미국과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자체판단에 의해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고, 일본은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히자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냉키가 출구전략을 향한 ‘작은 창’을 연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이 연내 출구전략을 단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연준이 제시한 출구전략의 조건 자체를 충족하려면 아직 멀었다. 실업률 6.5%, 소비자물가지수 2.5%가 출구전략의 조건인데 실업률은 올 연말까지 7%대를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 4월 중 미국 소비자물가는 1.1% 상승에 그쳤다.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한껏 풀었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 같은 조바심은 일본이 더하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양적완화를 한껏 단행했지만 디플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인플레 목표치 2%를 달성하려고 애써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까지 12개월간 0.7% 하락한 것으로 집계했다.
일본은 100엔을 넘어 마냥 오를 것 같던 엔/달러 환율이 주춤하고, 급등하던 닛케이지수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돈을 풀었는데도 금리는 계속 상승하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가장 흥미진진한 투자처’에서 이젠 ‘가장 투자하기 두려운 시장’으로 변했다고까지 표현했다.
기업의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국민의 지갑이 두툼해진 것도 아닌데 지난 두 달간 단지 숫자상으로만 배가 부른 것이다. 물론 아베 정권이 1단계로 이 같은 숫자와 심리적 측면에서의 회복을 노린 다음 실물 쪽에서의 성장을 추진한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일본 야당의 본격적인 공세에 직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진국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신흥국 채권 시장은 비상이 걸렸다. 선진국 자금이 이탈하게 되면 그간 자금이 많이 들어왔던 신흥국 채권시장이 1차 타깃이 될 수 있다. 특히 경기회복이 미진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조기에 단행되면 상황은 최악이 될 수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얼마 전 일본의 무분별한 양적완화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질서 있는 출구전략’ 마련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질서보다는 무질서한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구 없는 출구전략, 글로벌 경제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가장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kimh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