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매연에 시달리는 마포구 창전동 어린이집 가보니
매일 버스 수십대씩 오고가 주변식당 중국 관광객들 몰려 항의하면 폭언·협박도 예사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식의 빗나간 상혼과 ‘내 편의 외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도덕 불감증이 어린이들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창전어린이집이 몰염치하고 몰상식한 어른들과 무능력한 행정력에 치여 멍들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헤럴드경제 기자가 찾은 창전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버스 매연과 소음, 담배연기 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는 식당 앞과 어린이집 앞을 가로막고 시동을 켠 채 30여분간 시커먼 매연을 쏟아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중국 관광객들은 금연 표지판이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담배를 꺼내 물고 연기를 뿜어댔다. 모락모락 피어오른 담배연기와 버스 매연은 그렇게 어린이집 안으로 흘러들었다.
창전어린이집이 매연과 담배연기에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은 2년 전 바로 옆에 식당이 개업하면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식당에 몰리면서 어린이집 앞 도로에 불법주차가 시작됐다. 대형버스 4~6대는 항상 주차돼 있고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버스 수십 대가 교대로 주차한다.
창전어린이집 관계자는 “버스가 계속 시동을 켜놓고 있어 매연으로 벽과 창문이 까맣게 됐고 어린이집 안에도 시꺼먼 먼지가 들어온다. 매연과 소음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만 2~6세 유아들은 관광객들이 떠드는 소리에 놀라 낮잠도 자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관광객들은 특히 어린이집 바로 옆 화단에서 담배를 피워 문제를 키웠다. 이에 어린이집에서는 중국어ㆍ영어로 ‘흡연금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를 설치하고 금연을 호소하고 있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나는 외국인이라서 상관없다”며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한 학부모가 관광객을 안내하는 조선족 가이드에게 담배꽁초에 대해 항의하자, 이 가이드는 꽁초를 던지며 “참견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폭언과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관계자와 학부모들은 버스 불법 주정차에 대해 서울 마포구청과 서울 마포경찰서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버스가 시동을 끄지 않기 때문에 주정차 위반 단속을 할 수 없다. 또 5분 이상 차를 세워두면 공회전ㆍ주정차 위반으로 단속할 수 있지만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이마저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속을 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해도 해당 식당업주가 버스 기사를 대신해 과태료를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속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상식ㆍ이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