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남 국제팀장
버냉키의 기침에 아베노믹스가 극심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은 파죽지세 아베노믹스에 직격탄을 날렸다.일본은행이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일본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실제로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단행한 4월 4일 연 0.45%에 불과하던 일본 국채금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0.8%까지 치솟았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1분기 1.10%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럴 경우 일본의 재정건전성은 극도로 악화된다. 일본 정부 부채 규모는 올해 말 1000조엔을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에 달할 전망이다. 0.5%대 저금리에서는 240%에 달하는 부채비율에도 이자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1%가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일본정부의 이자 부담은 연간 10조엔(약 110조원) 늘어난다.유럽의 3배가 넘는 국가 부채를 감안할 때 일본 국채금리가 1%를 넘어서면 유럽국가 기준으로는 부실 경고 수준인 4~5%에 달한다. 유로존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재정건전성 문제에서 일본도 자유로울 수 없다.아베노믹스에 환호하던 일본 증시는 공포에 질린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5월 22일 15627.26까지 치솟았던 닛케이는 전일 13261.82로 마감돼 8거래일 만에 15% 폭락했다. 아베 집권 이후 20% 넘게 상승했던 엔/달러환율도 한 달 만에 다시 100엔 밑으로 떨어졌다.무차별 양적완화에 따른 인위적인 엔저를 앞세워 금방이라도 잃어버린 20년을 만회할 듯하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다.그러나 불행히도(?) 아베노믹스의 위기가 마냥 한국 경제에 득이 되지는 않는다. 엔저가 주춤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자칫 일본 경제가 붕괴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는 한국이기 때문이다.국채금리 인상에 따른 일본의 신용경색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내 일본 자금의 유출로 연결돼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의 하락과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오히려 엔저가 가속화돼 우리 수출 경쟁력에도 더 큰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때문에 일본 경제가 회복돼 엔저 국면이 완화되는 ‘어정쩡한 아베노믹스’가 한국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인 연준의 출구전략과 아베노믹스의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현 상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 국면이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과 정밀한 정책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4일 서울 명동의 한 곰탕집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신뢰를 쌓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수장들이 손을 맞잡고 외환위기의 험난한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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