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등 여의도 압박 불보듯 조세피난처로 반기업 정서 되살아나고 재계 잇따른 ‘甲·乙사건’도 큰 부담
정치권 입법 피할 명분도 없어 피해줄이기 ‘경우의 수’찾기만 분주 기업들 “앉아서 사지에 들어서는 공포”
재계가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 6월 임시국회가 3일 개원하면서 더 큰 경제민주화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예고는 돼 있었지만 다시 시점이 닥치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유해화학물질법의 단 하나 통과로 그나마 선방했던 재계엔 6월 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통상임금제 등 메가톤급 현안이 폭풍처럼 휘몰아칠 것으로 보이면서 태풍 전야의 고요함도 느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단체와 일부 기업은 경제민주화 공세에 대응 논리를 발굴하면서 파상 공세를 희석시킬 연구를 하고 있지만 힘은 한참 모자라 보인다. 실제 6월 국회에선 경제민주화 법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12건을 처리키로 했고, 민주당은 16개 핵심 입법과제를 일찌감치 선정해놨다. 남은 것은 밀어붙이기일 것이라는 게 재계의 걱정이다.
문제는 재계의 현 상황이 매우 불리하다는 것.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명단이 계속 터지면서 반기업 정서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재계발(發) ‘갑을(甲乙) 사건’이 반복되면서 대기업에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돼 있는 현 시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 특히 대기업에 좋지 않은 여론을 빌미로 정치권이 재계에 거센 압박을 할 경우 이를 빠져나갈 명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 큰 우려”라며 “재계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고민의 계절’이 또 왔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임원은 “경제민주화 법안 중 파급력이 작지 않은 몇 개는 통과될 것으로 보는데,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경우의 수’에 대한 대응책을 지금부터라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다만 뾰족한 답이 없어 앉아서 사지로 들어서는 공포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여야 모두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현재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소할 움직임인데, 이번에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겨냥한 부당 내부 거래 규제가 신설되면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총수 지분율이 30%가 넘는 계열사의 부당 내부 거래를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하는 ‘30% 룰’이 재거론될까 봐 잔뜩 경계하고 있다.
갑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해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될 경우에도 유해화학물질법 이상의 영업력 훼손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재계의 촉각은 곤두서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서울ㆍ수도권 기업, 지방 기업을 가리지 않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지방 기업이 더 난리다. 여력이 크지 않은 지방 기업은 통상임금에 기본급뿐만 아니라 상여금도 포함한다면 회사 존립 근거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통상임금의 경우는 중소기업이나 지방 기업에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며 “특히 체질이 약한 지방 기업의 경우 통상임금제가 시행되면 아예 죽을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우선 처리키로 한 프랜차이즈 등 가맹사업자 보호법,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편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단체는 6월 경제민주화 입법 공세와 관련해 조목조목 이슈를 정리하고, 그 폐해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상 기자/
